일본∽일상다반

일본에 와서 한 번도 산 적이 없는 것들…

페이퍼컴퍼니 2009. 4. 8. 23:24

오늘 운동화 2켤레를 샀다. 그냥 한꺼번에 2개 버리고, 2개 샀다. 한국에서 갔고 온 운동화와 일본에서 산 싸구려 운동화가 밑바닥이 너덜너덜해졌는데, 큰 맘 먹고 새로 산 것이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더 신을 수도 있었지만, 좀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운동화 값 몇 푼이 소중한가, 내 발이 소중한가? 당연히 발이 더 소중하다.

 

배달 알바의 특성상 걷고 뛰는 일이 많다보니 신발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오토바이를 타고 하다 보니, 신발의 특정 부위가 집중적으로 닳기도 한다. 오토바이 세우고 출발시킬 때 바닥에 닫는 면, 브레이크에 접촉하는 부분 등등... 그냥 대충 계산해도 하루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출발시키는 횟수가 500번을 가볍게 넘기기 때문에 신발이 얼마나 빨리 닳겠는가? 이런 신발을 신고 일을 하면 발만 불편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몸에 피로가 쌓이고 결국 학교에서 공부할 때 집중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

 

내가 일본에 와서 배달일을 할 것은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멍청하게도 운동화를 많이 필요로 하리라곤 생각지 못했었다. 뭐 운동화 값이야 그리 비싸지 않으니까(나이키 같은 브랜드를 사지 않는 한),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어도 별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일본에 온 초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로 거금이 나간 일이 있었다. 바로 휴대폰 비용이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공짜폰은 원래 없다. 단지 기계값을 1년, 2년에 걸쳐 매월 나눠서 내는 제도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할부제도가 정확하게 내가 일본에 온 달에 없어졌다. 기계값을 다 내지 않고 그냥 한국으로 귀국해 버리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폐지되었다고 한다. 덕택에 일본에 오자마자 휴대폰에만 4만엔 가까이 돈이 나갔다.(제일 싸구려로 샀음에도) 내가 일본에 갖고 온 돈이 13만엔이었는데, 3분의 1이 휴대폰 때문에 순식간에 없어진 셈이다.

 

그리고 인터넷 비용도 내 예상보다 2배 정도 많았다. 무료 이용 기간을 포함하면 매월 2~3천엔 정도로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었지만, 막상 일본에 와서 인터넷을 신청하려니 얘기가 달랐다. 물론 그 정도 비용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지역에 따라, 집구조에 따라 돈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회선 하나로(한 번의 회선 공사로) 여러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좀 규모가 되는 맨션은 요금이 저렴하고, 나처럼 작고 허름한 아파트(일본의 아파트는 한국의 맨션이란 의미임)에 사는 사람은 ‘해당사항 없음’이다. 결국 인터넷 요금으로 매월 4천 8백엔 정도 나가고 있다. 물론 한국에 비해 ‘살인적으로’ 느리다. 성격 급한 한국인이 일본에서 인터넷 쓰다간 죽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지출로 괴로운 일도 있지만, 예상하지 못하게 돈이 안 나가는 일도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 온 이후로 화장지/티슈, 세탁용 세재, 쓰레기봉투는 한 번도 산 적이 없다. 전부 내가 일하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에게 영업용으로 뿌리는 것들인데, 창고에 수북하게 쌓여있기 때문에 그냥 갖다 써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전엔 식용유, 간장, 생수, 수건, 필기구 세트(볼펜, 샤프 같은 것), 클리어 파일, 달력 같은 것도 있었던 듯 하다. 화장지/세재/쓰레기봉투는 고정적으로 고객들에게 뿌리는 물품이고, 나머진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아무튼 너무 노골적으로 많이 가져가면 안 되지만(뭐 많이 가져갈 필요도 없지만), 그냥 갖다 써도 된다.

 

특히 화장지 같은 경우는 길거리에서도 홍보용으로 많이 뿌린다. 비록 크기가 작은 일회용이지만, 워낙 뿌리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이것만 모아도 일본에선 따로 화장지 안 사도 된다. 나도 일본에 도착한 초기에는 이런 것들 잘 챙겼는데, 요즘은 알바 하는 곳에 많이 있기 때문에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챙기진 않는다. 그래도 주는 건 꼬박꼬박 받는다^^;

 

아무튼 예상하지 못한 일로 돈이 나가는 일도 많고, 또 돈이 절약되는 일도 많고, 이런 일도 외국 생활의 재미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