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일상다반

4월은 선교활동 시즌(?)

페이퍼컴퍼니 2009. 4. 2. 20:08

5번이나 한일전을 치른 WBC가 끝난 요즘, 일본에 살고 있는 유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내용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교회와 관련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국민(외국인 포함)을 대상으로 1만 2,000엔 ~ 2만엔씩 지급한다는 정액급부금(定額給付金)에 관한 것이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한국 교회의 무분별한 선교활동은 일본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일본에 유학생이 많이 오는 4월과 10월은 선교하는 쪽에선 설날/추석같은 대목(?)이다. 따라서 일본어학교가 있는 역 근처에서 한국인처럼 행동하면 이들에게 잡히기 딱 알맞다. 특히 한국 상점이 많이 몰려 있는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선 더더욱 걸리기 쉽다. 대부분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교회 쪽 선교활동이지만(일단 숫자가 많으니까), 요즘은 불교계도 질 수 없다는 결의대회를 했는지, 스님*들도 꽤 돌아다니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여호와의 증인, 통일교** 쪽도 꽤 있는 듯...

 

*무늬만 스님이지 대부분 무당/점쟁이와 구분이 안 된다. 내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한국인 대상 생활정보지에 나와 있는 스님들의 광고가 대부분 점(占)이나 사주팔자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해서 스포츠신문에 자주 나오는 사주팔자 광고로 생각하면 된다. 스님들이 이런 걸로 밥벌이를 해서야 되겠는가...
**통일교는 길거리 선교활동보단 국제결혼이 주특기이기 때문에, 유학생이 통일교 관계자를 직접 만날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쪽도 일본의 한인 사회에서 꽤 영향력이 커 보인다.

 

신학기 입학식을 전후로 어리버리한(?) 초보 유학생에게 상냥한 미소와 친절한 태도로 접근하는 한국 사람이 있다면, 십중팔구 교회 선교활동이 목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생판 모르는 사람이 친절하게 말을 거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내가 일본에 와서 놀란 점 중 하나가 바로 이 점이다. 일본 사회 자체는 교회의 영향력이 거의 없지만, 일본에서 터전을 잡은 한인 사회에선 그 영향력이 꽤 커 보인다는 점이다. 일본에는 한국인과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정보지(벼룩시장, 교차로 같은 것들)가 꽤 많은데(내가 본 것만 10종류가 넘는다), 그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면 꽤 많은 상점들이 직간접적으로 교회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학생들이 일본에 와서 제일 먼저 가는 곳 중 하나인, 휴대폰 대리점(한국인이 운영하는 곳)도 교회와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도 일본도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까, 선교활동을 하는 것 자체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꽤 많은 유학생들이 ‘지겹다, 끈질기다, 민폐다’라고 느낄 정도로 하는 것은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원래부터 교회에 다니던 사람은 일본에 와서 대부분 자기 발로 교회를 찾아서 간다. 따라서 선교활동의 대상은, 교회에 안 다니던 사람을 대상으로 하게 된다.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되풀이 되는 이유는, 욕을 먹더라도 얻는 게 더 많기 때문에, 그 중 몇 명은 교회에 오도록 만들고 그것이 자신의 선교활동 실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닐까...

 

막 일본에 도착해서 뭐가 뭔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유학생에게 접근해서, 이것저것 일본생활에 대해서 알려주는 척 하면서 전화번호와 집주소를 물어보고, 끈질기게 교회에 나오라고 전화하고 심지어 집까지 찾아오는 행위... 조금만 관점을 달리 생각하면 무척 유치한 짓이다. 이건 군대에서 초코파이 주면서 교회 오라고 손짓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자칭 성스럽다는 종교가 어쩌다 이런 영업활동까지 하게 되었는지, 어쩌다 초코파이 수준으로 전락했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일본까지 와서...

 

선교활동과 영업활동의 경계선이 어디인지 불분명한 요즘이다.

 

정리하면 일본에서 한인 교회는 무분별한 선교활동으로, 불교계는 점쟁이 활동으로 스스로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있다.

 

아무튼 기독교 인구가 1%도 안 된다는 일본에 와서 내가 교회와 접촉(?)하게 될 줄은 꿈에서도 상상을 못 했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