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춘분의 날’로 휴일이다. 일본어학교는 2주간의 봄방학에 들어갔다. 일본에 와서 두 번째 맞이하는 방학이다. 일본생활 경력(?)도 6개월이 지나고 있다.
일본에서 두 학기를 보내면서 많이 배웠다면 배웠고, 그렇지 않다면 않고 복잡한 심정이다. 역시 일본에서 산다고 일본어 실력이 쑥쑥 늘어나는 건 아니었다. 일본에서 사는 건 말 그대로 ‘생활’이고, 그것과는 별도로 공부를 따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일본에 살면서 일본어 실력이 오히려 줄어드는 기막힌 상황을 만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나마 내 일본어가 늘어난 이유는, 억지로라도 학교를 꾸준히 다녔기 때문이다.
뭐 그건 그렇고, 학교를 다니면서 참 이해하기 힘든 모습을 많이 봤다. 특히 내 심정을 복잡하게 하는 것은 학교 자체보단 같이 배우는 학생들의 태도이다. 대부분 알바 하나씩은 끼고 힘들게 돈 벌면서 학교 다니고 있는 것일진데, 의외로 공부를 안 하는 것 같다. 이것은 한국에서 부모님이 대주는 학비로 편하게 학교를 다니는 것과는 분명 상황이 다르다. 접시닦이를 하던, 식당에서 서빙을 하던, 편의점에서 일하던, 신문배달을 하던 다들 힘들게 번 돈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럼에도 공부를 너무 안 하는 것 같다. 지각도 많고, 결석도 많고, 수업에 집중 안 하는 경우도 많고...
사람이 살다보면 지각을 할 수도 있고, 결석을 할 수도 있다. 나도 새벽에 알바를 마치고, 너무 피곤해서 학교를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할 때가 많았다. 특히 잠깐 누웠다 일어나야지... 하고 누우면 정말로 다시 일어나기 힘들어진다. 그래도 꿋꿋하게 참고 학교는 잘 갔다.(사실 학교가 아니면 딱히 할 일도 없었고...^^;)
그래서 지각이나 결석하는 것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수업 중간에 들어온다는 점이다. 지각을 했으면 쉬는 시간에 들어와야지 한창 수업이 진행 중일 때 문을 열고 당당하게 들어온다는 점이다. 이건 영화 상영 도중에 문 열고 들어오는 것과 같다. 그 학생이 부시럭거리며 자리에 앉고 책 꺼낼 때까지 참고 기다려 줘야 하고, 당연 수업의 흐름은 깨지고, 조별로 회화연습이라도 하고 있을 때는 조편성을 다시 해야 한다. 또한 이런 학생들은 대개 수업 자료를 뭔가 하나씩 빠뜨리고 올 때가 많아서, 그거 챙겨주느라고 시간을 허비할 때가 많다. 이러면 45분 수업 중에서 5~10분 날라 간다.
뭐 5분 정도 늦어서 수업중에 들어오는 것은 인지상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수업 시작 20~30분, 심지어 수업 끝나기 5분 전에 들어올 때도 많았다. 더욱 어이 없는 일은 오전 수업이 12시 30분에 끝나는데, 12시 즈음에 교실 문 열고 오는 학생도 꽤 많았다는 점이다. 그럴 바에야 그냥 집에서 푹 쉬지, 그 시간에 뭐 하러 학교에 오는지 모르겠다.
글쎄 잘 모르겠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지... 다들 그런 일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고 또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데, 나만 신경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선생님들도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속마음이야 알 순 없지만, 선생님 입장에서 기분이 좋을 리 없을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모두가 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일본어학교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역시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학교에는 제대로 된 학생이 적은 것 같다. 좀 더 분발해서 더 높은 곳에 도전하지 않고, 너무 쉬운 길을 선택한 나 자신이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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