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일상다반

CD금리 인하로 아파트 대출금이...

페이퍼컴퍼니 2009. 4. 27. 11:36

글로벌 금융위기가 나에게 예상치 못한 이득(?)을 주고 있다. 아파트 대출금이, 정확히는 대출금의 이자가 CD금리에 따라 변동되는데, 몇 달 전만 해도 매달 45만 원 전후였다. 금리가 높았을 때는 거의 50만 원 가까이 치솟았을 때도 있었다. 이 정도면 말이 좋아 ‘내 집’이지 사실상 은행에 비싼 월세 내며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랬던 것이 CD금리가 내려가면서 이자도 월 30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 작년 10월 말 6%가 넘었던 CD금리가, 12월 말에 3.9% 대로, 올 1월에 2.9% 대로, 그리고 4월 현재 2.4% 정도이다. 금리가 절반 이상 내려갔다. 이 정도면 정말로 큰 부담 없이 갚을 수 있는 금액이다.

 

물론 CD금리가 내려간 이유는, 전반적인 경기 후퇴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정책적으로’ 시중에 돈을 많이 풀었기 때문이다. CD금리만 폭락한 게 아니라, 주식, 환율, 생산/소비 등 경제가 전반적으로 폭락한 것이라서, 주식이나 펀드에 손을 댄 사람들은 금리 인하가 마냥 기쁜 일일 순 없을 것이다. 만약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했는데 그 가치가 절반 가까이 폭락하면 참 우울하겠지만, 그건 투자한 사람들이 걱정할 문제이고, 나하곤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아무튼 이자 상환은 조만간 끝나고, 곧 이어 원금 상환이 시작되어서(대출 원금에 대한 상환액은 변하지 않으므로) 금리 인하의 혜택을 누리는 시간은 조만간 끝난다. 하지만 요즘같은 시기에 이 정도라도 다행으로 생각할 수밖에...

 

그러고 보니 한국에 그 좋은 아파트를 놔두고, 일본에 와서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한국과 일본을 직접 비교할 순 없겠지만, 일본의 주택 상황도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한국에서 내가 살던 아파트보다 좋은 집을, (약간 과장해서) 도쿄에서 아직까지 보질 못했다. 일본의 아파트는 한국처럼 한 곳에 단지 형태로 몰려 있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있다. 층수도 그렇게 높지 않다. 한국의 아파트는 세로로 긴 형태인데, 일본의 아파트는 가로/세로 골고루 퍼져(?) 있다. 또한 일본의 아파트에는 지하 주차장이 거의 없다. 지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주차에 애로사항이 많아 보인다. 물론 단독 주택 중에는 넓은 정원이 딸린 근사한 집들도 있지만, 그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파트 대 아파트로 비교하면 한국이 훨씬 좋다.

 

※주의 :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일본어로 ‘맨션’이라고 부르고, 일본어로 ‘아파트’는 우리나라의 맨션이나 빌라에 해당함. 하지만 그냥 전부 아파트라고 하겠음.

 

하지만 역시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 지진이 많은 나라와 적은 나라라는 환경적인 차이도 있고, 주거 문화가 다른 이유도 있다. 한국과 같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형성한 나라가, 그것도 빈민들이 아닌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이런 아파트 단지에 몰려 사는 경우가, 세계적으로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각 나라마다 환경적/문화적 차이가 있다.

 

시대가 조금 변했긴 했지만,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꿈이 아파트 분양 받아 입주하는 것인데 비해, 일본 직장인들의 꿈은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에서 사는 것이다. 일본의 평범한 월급쟁이들이 열심히 저축을 해서 그런 집을 사려면, 대개 나이가 50대 중후반을 넘는다. 자녀들도 어느 정도 성장했고, 또 정년퇴직에 가까운 시기이다. 하지만 주부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평생 회사에 시달려서 근사한 ‘내 집’을 꿈꾸는 남편과, 평생 집안에서 가사노동에 시달린 주부의 생각이 일치할 리 없다. 남편이 돈을 모아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을 마련할 때쯤 되면, 부인은 이혼해서, 남편이 모아 둔 주택 마련 자금을 위자료로 받아 독립하려는 욕구가 생긴다. 이게 바로 일본에서 유행했던 ‘황혼이혼(熟年離婚)’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물론 황혼이혼은 아직도 유효하다.

 

사람을 안 보고, 집만 쳐다보면 이런 꼴을 당할 수 있으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본인보다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몇 배는 강한 한국인은 더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는 대개 아래와 같은 모양이다.

 

 

 

 

▼현재 분양중인 신축 아파트이다. 신삥(!) 아파트인데도 이 정도 수준이다.

 호평분양중(好評分讓中)이라는 빨간 깃발이... 벌써 몇 달째 나부끼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봐도 분양이 호평(好評)해 보이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