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 만화가 미국에서 연재되고 있어 화제라는 뉴스를 보고 ‘미친 척 하고’ 몇 권 구매했다. 예상대로 책값보다 배송비가 더 나왔다^^;
온리 콤판(Onrie Kompan)이란 친구가 연재하고 있는데, 우연히 <불멸의 이순신>이란 드라마를 보다 이순신에 필이 팍 꽂혀, 혼자서 공부하고 자료 수집하고 한국도 방문하고 해서 연재를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이 만화가 ‘성인용’ 이순신 만화라는 점이 부각되어, 잔인하고 선정적인 장면이 많아서, 민족의 영웅 이순신에 대한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내용이 더 부각되었다. 그래서 한국어판 출판도 좌절되었고 등등...
만화책을 훑어보니... 내가 잔인한 영상물에 너무 익숙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컥~), 일단 잔인성과 선정성은 별로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요즘 나오는 성인용 영화의 수위로 봤을 때 딱히 논란거리가 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단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순신에 대한 숭고하고 아름다운 이미지가 있어서 조금 거부감이 들 순 있지만, 나는 성인용 이순신 만화나 영화를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 자체가 난센스라고 본다.
문제는 내용인데... 우선 내용이 좋고 나쁘고를 따지기 전에, 이 만화는 근본적으로 너무 짧다. 1권당 24페이지, 조금 두꺼운 건 48페이지 분량이다. 미국에선 만화를 이런 식으로 출판하는 게 일반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초단편 만화로 짧고 굵게 끝낼 게 아닌 바에야, 이 정도 분량으로는 독자의 공감을 끌어낼만큼 스토리를 전개하기 힘들다.
만화가 재미있으려면, 주인공의 심리상태에도 공감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더불어 주변인물과 적군(라이벌)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납득할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이 만화는 분량이 너무 짧고 연재 속도도 무척 느리다.
스토리도 별로다. 이 점에 대해선 한국인이라 이순신 이야기에 너무 익숙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외국인은 이순신을 잘 모를테니까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도 생각해 봤는데 역시 그닥 재미는 없다.
그냥 우리의 영웅 이순신을 외국인이 관심 가져준다는 것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미국 만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만화로서의 완성도는 없어 보인다.
P/S 선조를 돼지처럼 그린 건 맘에 든다. 지금 하고 있는 징비록이란 드라마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극에서 임금은 다들 잘 생겼고 몸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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