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일본어 실력은 늘지 않는다.
별도의 공부를 하지 않으면서 자막에 의존해서 본다면, 아무리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를 봐도 일본어 실력은 늘지 않는다. 물론 전혀 안 보는 사람에 비해 조금이라도 일본어를 많이 알게 되는 건 사실이지만, 효율성은 지극히 낮다. 이런 식으로 일본어 공부를 하면, 10년 동안 학교에서 영어 공부하고도 외국인과 말 한마디 못하는 것처럼 될 수 있다.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공부하고, 어휘력을 늘리고, 풍부한 표현을 익히면서, 애니를 보든 드라마를 보든 해야 일본어 실력이 증가한다. 이건 일본어뿐만 아니라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 공부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리이다.
일본 애니나 드라마를 보면서 자신이 일본어를 잘 아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은, 일본어와 한국어의 유사성 때문이다. 두 나라 말은 어순이 같고 유사한 표현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귀에 들리는 일본어와 한국어 자막이 거의 즉각적으로 일치하게 된다. 만약 오랫동안 일본 작품을 보았거나, 조금 일본어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일본어 듣기 실력이 많이 향상되는 느낌이 들게 된다.
하지만 이건 결코 귀로 일본어를 들은 게 아니다. 눈으로 본 한국어 자막을 바탕으로 조금 아는 일본어를 조합해서 의미를 유추한 것일 뿐이다. 이걸 확인하는 것은 아주 쉽다. 일본어가 잘 들린다고 생각되었던 그 작품을 자막 없이 보면 자신의 일본어 실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별도로 일본어 공부를 안 하는 사람은 거의 안 들릴 것이다. 미국 드라마를 볼 때는 이런 착각을 하지 않는다. 영어 대사와 한국어 자막이 1대 1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일본어가 한국인이 배우기에 그나마 가장 쉬운 외국어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어순이 같고, 비슷한 구조의 단어와 문장이 많고, 발음도 한국어에 비하면 훨씬 단순하기 때문이다. 일본인이 한국 발음 배우는 것에 비해, 한국인이 일본 발음 배우는 것은 정말 유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본어가 ‘배우기 쉽다’는 의미이지, 일본어 자체가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컴퓨터는 배우기 쉽지만 컴퓨터 자체가 쉬운 건 아니다. 컴퓨터에는 단순한 기능부터 고도로 복잡한 기능까지 골고루 있다. 겨우(?) 웹 서핑이나 하고 아래아 한글 정도만 사용할 줄 알면서 컴퓨터를 모두 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어도 오랫동안의 역사와 문화가 축적된 언어이고, 현대에 와서는 첨단 과학기술과 수준 높은 비즈니스까지 포함한 언어이기 때문에,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워지는... 어쩔 수 없이 외국어이다.
외국어 공부에 왕도(王道)가 없다고 했다. 일본어라고 별 수 있을까? 열심히 외우고, 또 외우고, 또또 외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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