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보는 녀석

은하영웅전설 - SF의 탈(?)을 쓴 정치·역사물

페이퍼컴퍼니 2015. 6. 19. 11:33



정치가 개판이라 나라가 어지러우면 생각나는 작품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은하영웅전설’이다. 순위를 매기는 것이 큰 의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일본 애니 중에서 꼭 하나만 골라야 된다면 나는 ‘은하영웅전설’을 선택할 것이다.


이 애니는 은하계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얼핏 보면 SF 장르로 보이나(뭐 실제로도 SF이긴 하다), 내용으로 보면 정치·역사 장르이다.


은하영웅전설의 주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이 다스리는 민주주의 체제와, 위대한 독재자가 다스리는 전제주의 체제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은영전의 기본 틀은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웅 이야기이다.


한 쪽은 전제주의 체제에서 기존의 부패하고 낡은 귀족 세력을 쓸어버리고 권력을 쟁취한 젊고 유능하고 또한 청렴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다른 한 쪽은 부패한 정치인들이 판을 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고군분투하는 [양 웬리]

양 웬리는 끊임없이 갈등한다. 부패한 위정자들 때문에 국민들이 고통 받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라인하르트가 지배하는 전제주의가 더 낫지 않을까?


‘라인하르트’란 인물은 알렉산더왕과 나폴레옹을 모델로 하였다. 다른 한 축인 ‘양 웬리’는 특별히 역사적 인물을 모델로 하지 않았다고 작가는 말했지만, 한국인 입장에선 이순신이 연상된다.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적과의 싸움에서 무패를 기록하고, 또 적군보다(적군은 오히려 위대한 군인이라 칭송하는데) 내부 정치인들로부터 온갖 시기와 질투, 탄압을 받는 모습 등등 여러 면에서 이순신이 연상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런 영웅이 어디 이순신뿐이었겠는가...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국민들은 피곤하고 지쳐서 누군가 영웅처럼 나타나 이 어지러운 세상을 평정해 주기를 바란다. 여기서 영웅은 다른 말로 위대한 정치인이라고 해도 되고, 또는 메시아라고 해도 될 것이다.


위대한 영웅이 통치하는 체제는... 위대한 영웅이 죽은 이후에 더 큰 혼란이 발생한다. 그래서 위대한 독재자가 다스리는 전제주의보단 부패한 정치인이 다스리는 민주주의가 올바른 방향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뻔한 얘기지만,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은 몇몇 영웅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