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 기사의 주장대로, 서귀포 용머리 산책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땅이 물에 잠기는 최초의 사례가 될 수 있을까?
기사에 의하면 지구온난화로 의한 해수면 상승은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제주도가 특히 높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특히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제주도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용머리 산책로’만 물에 잠겼다.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제주도 해안이 골고루 물에 잠긴 게 아니다. 아니 범위를 더 좁혀 보자. 용머리 산책로가 있는 서귀포 해안이 골고루 물에 잠긴 게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주장의 문제점은 왜 하필 용머리 산책로만 물에 잠겼느냐를 설명하질 못한다.
제주 연안의 연평균(1960~2006년) 해수면 상승폭은 5.6mm라고 한다.(내 말이 아니라 기사에 그렇게 적혀 있다.) 그렇다면 제주도의 다른 연안도 용머리 산책로처럼 물에 잠겨야 이치에 맞다. 물론 모든 해안이 똑같은 속도로 물에 잠길 순 없다. 중요한 건 모든 지역이 똑같은 속도로 물에 잠겨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물에 잠기는 속도와 폭은 다르더라도 용머리 산책로보다 조금 크던 조금 작던 다른 해안도 물에 잠겨야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주장은 근거를 가질 수 있다.
아울러 용머리 산책로가 물에 잠겼다는 내용도 잘 살펴보면 계속 잠겨 있다는 뜻이 아니다. 밀물 때 하루 8시간씩 잠긴다는 뜻이다. 20년 전에는 만조 때에도 물에 잠기는 일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하루 8시간 이상 침수된다는 것이다. 즉, 용머리 산책로가 물에 잠기는 것은 밀물/썰물과 같은 해류의 변화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밀물/썰물의 폭은 고정적인 게 아니라 꾸준히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안가의 극히 일부 지역이 20년에 걸쳐 하루 8시간 물에 잠기게 되었다는 점은 조금 특이한 자연현상일 순 있어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이외에는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없는 불가사의한 현상도 아니다. 해안 지역에서 충분히 생길 수 있는 현상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지역마다 다르고, 같은 지역이라도 지형에 따라 다를 가능성이 있다. 충분히 근거 있는 주장이다. 그런데 만약 그렇다면 해수면이 몇 cm 상승했다고 하는 말은 도대체 어디를 기준으로 하는 것일까? 여러 지역의 평균값이란 말인가? 그런데 ‘평균값’에는 중요한 사실이 숨어 있다. 평균보다 낮은 값이 존재하려면 평균보다 높은 값이 존재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해수면 상승이 평균보다 낮은 지역이 존재하려면, 해수면 상승이 평균보다 높은 지역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평균값이 되니까.
제주 연안의 연평균 해수면 상승폭 5.6mm는 어디를 기준으로 한 것일까? 해수면이 지역/지형마다 천차만별로 상승한다면 도대체 저 숫자는 어디를 기준으로 한 것일까? 아하! 평균값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지역의 상승폭은 5.6mm보다 무척 낮을 것이고, 또 어떤 지역은 5.6mm보다 무척 높을 것이다. 물론 5.6mm보다 무척 높은 지역에서는 지금쯤이면 엄청난 면적의 땅이 물에 잠겼다는 사실이 관찰되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사례는 없다. 겨우 원래부터 밀물/썰물의 영향을 많이 받던 용머리 산책로가 첫 번째 침수 사례로 이렇게 언론을 타고 있을 뿐이다.
정리하자.
첫째,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지역/지형에 상관없이 평균적으로 골고루 발생하는 것이라면, 용머리 산책로가 물에 잠기는 것만큼 제주도의 다른 지역도 물에 잠겨야 한다. 제주도 전체가 용머리 산책로만큼 잠겨야 한다는 주장이 너무 심하다면, 최소한 그 근처의 다른 해안가라도 비슷한 비율로 물에 잠겨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므로, 이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둘째,
만약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지역/지형에 따라 편차가 심한 것이라면, 대한민국의 어떤 지역은 이미 물에 많이 잠겼어야 한다.(대한민국이란 범위가 너무 좁다면 지구상의 어떤 지역이라고 해도 된다.) 그래야 해수면 상승의 ‘평균값’이 만들어 질 수 있다. 기사 말미에 제주 연안의 해수면이 지난 40년간 22cm가량 상승했다고 나온다. 모든 해안이 똑같은 속도로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지역은 22cm보다 훨씬 적을 것이고, 또 어떤 지역은 22cm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렇담 평균값보다 해수면 상승폭이 큰 지역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왜 그 지역은 아직까지 물에 잠기지 않고 있는가? 따라서 이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고 또 육지가 물에 잠기고 있다는 주장은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이 좋다.
온난화로 제주해안 잠긴다…서귀포 용머리 산책로 하루 8시간씩 수몰 | ||||
[경향신문 2008-04-08 02:26] | ||||
ㆍ해수면 상승 침수 첫 사례…40년간 22㎝↑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제주 서귀포시의 대표적 관광지인 용머리 해안이 물에 잠겼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아열대 어류의 제주 해역 출현, 식물서식지 한계선 북상 등이 관찰된 적은 있지만 해수면 상승으로 육지가 물에 잠기는 사례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귀포시는 7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 해안이 하루 8시간 이상 바닷물에 잠기고 있다”며 “학계에 자문한 결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의 영향이라는 답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귀포시는 최근 산책로를 70㎝ 이상 높이는 공사에 착수키로 결정했다. 용머리 해안은 높이 20m 이상의 응회암층으로 이뤄진 해안절경으로, 서귀포시는 1987년 2억원을 들여 이곳에 780m의 관광객용 해안산책로를 만들었다. 이곳은 조성 당시엔 만조 때에도 바닷물에 잠기는 일이 없었으나 최근에는 하루 8시간 이상 침수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루 5000여 관광객들의 발길을 묶어 관광소득이 크게 줄었다. 용머리 해안의 침수 현상은 우리나라가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의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는 의미를 띤다. 해수면 상승은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제주도가 먼저 침수된 것은 이곳의 상승률이 가장 높아서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제주 연안의 연평균(1960~2006년) 해수면 상승폭은 5.6㎜다. 서해안의 1㎜, 남해안 3.4㎜, 동해안 1.4㎜보다 훨씬 높다. 제주대 이병걸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남·북극의 빙하가 녹고 수온이 상승, 해류의 세기가 빨라져 해수면 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제주 연안은 대만 난류가 직접 유입되기 때문에 상승 속도가 다른 곳보다 더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해수면 1m 상승시 육지 984㎢가 침수되고 31만여명이 침수피해를 당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서울시 면적의 1.6배다. 제주 연안의 해수면은 지난 40년간 22㎝가량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 제주 | 강홍균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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