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보다 ‘20년씩이나’ 빨리 찾아왔다는 지구온난화! 정말로 지구멸망은 20년 빨라진 것일까?
“10년이나 20년 뒤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던 일이 지난해 발생했다”라는 미국 국립대기과학연구소(NCAR)의 클라라 데저 박사의 말을 다시 생각해 보자.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과대포장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거 봐라. 지구온난화의 진행속도가 우리의 예상보다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오차를 예측이라고 발표하는 단체와 사람들의 주장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1~2년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 10~20년 차이가 나는 예측을 하는 이런 단체의 발표를 과연 믿어도 되는 것일까? 지난 번 예측에서 이렇게 최대 20년이란 오차가 있었는데, 이번에 발표한 예측에 오류가 없다고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당초 예상보다 3배나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는 미국 과학기술원(NAS)의 말도 무조건 걱정할 것이 아니라, ‘도대체 예상을 어떻게 했길래…’ 라며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예측은, 지구온난화 자체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극지방 얼음이 녹는 속도에 관한 것이다. 극지방 얼음이 녹는 원인을 모두 지구온난화 탓이라고 단정 짓고 있으며, 극지방 얼음은 녹기만 하고 다시 얼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이렇게 공포심을 조장하는 단체들의 행동패턴은 그 종류를 불문하고(환경단체건 연구소건 종교단체건 상관없이) 대개 비슷하다. 일단 긍정적인 내용은 일절 배재하고, 부정적인 내용의 자료를 발표하여 세간의 이목을 끈다. 그래서 그 예측이 맞으면 ‘거 봐라. 내 말이 맞지. 우리의 미래예측 능력은 대단해!’가 되는 것이고, 틀리면 ‘새로운 변수나 환경변화 때문’이라고 하며 다시 발표하면 그만이다. 즉, 예측이 맞으면 다행이고, 틀려도 별 문제가 없다. 오히려 예측이 틀려도 ‘재앙이 도래할 시기가 늦춰져서 다행’이라거나 ‘우리의 노력으로 재앙을 예방’했다고 주장한다.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 준다.
이 기사는 이렇게 놀라운 엉터리 예측 자료를 인용하며 잔뜩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더니, 갑자기 후반부에선 평범한(!) 얘기로 끝을 맺고 있다. 저개발국에서 가뭄과 홍수, 화재와 질병에 대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지구온난화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지구온난화가 없으면, 저개발국에서 가뭄과 홍수와 질병이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설령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구온난화는 재해와 질병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일 뿐이다.
지구온난화 연구에서도 ‘경쟁의 부작용’이 생기는 것 같다. 많은 기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연구를 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고 주목을 받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충격적인 것만 발표하다 보니, 이제 웬만한 내용이 아니면 지구온난화에 관한 뉴스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도 힘들게 되었다. 아마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다음 번 기사도 분명 ‘더 빠르게 진행되는’ 혹은 ‘더 심각한’ 재앙이 다가온다고 할 것이다. 기대하시라!
20년 빨리 찾아온 ‘온난화의 악몽’ | ||
[중앙일보 2008-03-17 02:13] | ||
[중앙일보 하현옥.박경민]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환경 파괴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3일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의 미국 국립대기과학연구소(NCAR)에서 만난 클라라 데저 박사는 “지난해 여름 극지방의 얼음이 가장 많이 녹아 내렸다”며 “10년이나 20년 뒤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던 일이 지난해 발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2~5월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2004년 이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21세기 말에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최대 6.4도, 해수면은 최대 59㎝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1월 지구과학잡지인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는 “지구온난화로 남극 얼음이 10년 전에 비해 연간 75% 많이 녹고, 해수면 상승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렇게 되면 IPCC가 예측한 2100년의 해수면보다 18∼59㎝ 더 높아진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12월 위성 자료를 통해 “2007년 여름 북극 빙하의 전체 부피는 4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빙하의 표면적도 전년 대비 23%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과학학술원(NAS)도 지난해 “지구온난화가 당초 예상보다 3배나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1990년대에 비해 3배나 늘어나면서 북극 빙하는 예상보다 3배 빠른 속도로 녹아가고, 해수면은 2배 빠르게 높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NCAR의 제임스 허렐 박사는 “빨라진 봄 때문에 로키 산맥의 눈이 일찍 녹아 콜로라도 지역은 식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선 ‘기후위기관리’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 컬럼비아대 국제기후사회연구소(IRI)의 에스더 에브라히미안 박사는 5일 “변화하는 기후에 가장 잘 대응하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RI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남아메리카 등 저개발국에서 가뭄과 홍수, 화재와 질병 등에 대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은 미국의 8개 지역 연구조직을 묶어 ‘지역 통합 과학과 평가(RISA)’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8개 지역에서 만든 허리케인·한파 등 기후 예측 모델을 연계해 다양한 기후변화에 대처하자는 취지다. ‘기후위기관리’는 산업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플로리다주립대 해양대기예측연구센터(COAPS)의 애그클라이밋(AgClimate)은 지역에 따라 작물, 토양의 질과 관개 여부, 파종 시기 등을 따져 수확량 분포를 수치로 보여준다. COAPS의 신동욱 박사는 “기후 변동에 매우 민감한 농업을 위해 최소한의 기후 대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COAPS 스티브 코크 박사는 지난해 플로리다 지역의 허리케인 피해를 예측하는 ‘엔지니어링 모델’을 개발했다. 그는 “ 이 모델은 보험사가 가입자의 보험 납입금을 산정하는 데 쓰인다”고 말했다. 글=하현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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