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비판

온실가스 배출 ‘0’ 도전해봐요(한겨레)

페이퍼컴퍼니 2008. 2. 18. 23:23

니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니가 회수해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캠페인, 즉 탄소중립(Carbon neutral) 프로그램에 관한 기사이다.

이 프로그램이 담고 있는 정신 자체는 좋다. 자신의 오염행위를 스스로 책임지자는 것과, 더 나아가 오염행위 자체를 줄이자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꼭 필요한 생각이다.

그런데,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해주진 못한다.

과연 탄소중립 프로그램은 지구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까?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고 해서 다른 오염 물질까지 0이 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회수하는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오염물질은 발생한다.

0이란 숫자는 더하기 빼기를 한 결과를 의미한다. 이미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그것을 흡수할 수 있는 행위를 해서 빼서 그 결과를 0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문제는 더하기 과정에서도 오염이 발생하지만, 빼기 과정에서도 오염은 발생한다는 점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이 될 수 있지만, 그 이외의 오염 물질 배출은 어쩌란 말인가?

오늘 자동차를 타서 100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으면, 나무를 사서 심든 배출권을 구입하든 해서 이산화탄소 100을 줄여서 그 결과를 0으로 만들자는 얘기이다. 이건 오늘 나쁜 일 한 번 했으니까, 내일 착한 일 한 번 해서 그 결과를 0으로 만들자는 얘기랑 같다. 이미 저질러진 일이 0이 될 순 없다. ‘0’이란 숫자는 어디까지나 지향하는 목표점이지, 그곳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다.

빼기 과정의 대표적인 예로 거론되는 나무를 심는 것도 환경오염을 수반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행위이다. 나무 묘목을 기르는 과정에서 농약이나 약품을 써야하고, 옮길 때 자동차 써야 하고, 심고 나서 관리할 때도 오염 행위는 불가피하다.

물론 나무를 심는 것은 단점보단 장점이 많기 때문에 적극 권장하지만, 나무를 심는 이유가 단순히 <이산화탄소 흡수>가 될 수 없으며, 그런 이유만으로 무작정 나무를 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제성을 고려해야 하고, 어떤 나무를 심을지 따져봐야 하고(과일나무를 심을지 플라타너스나 소나무 같은 걸 심을지...), 어디에 심을지 따져봐야 하고, 나무의 용도를 고려해야 하고(심은 채 그대로 둘지 나중에 베어내서 가공용으로 사용할지...), 심고 나서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를 고려해야 하고 등등 복잡한 요소가 많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물론이려니와 여러 오염 물질이 배출된다.

따라서 “나무심기 =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란 공식은 현실을 너무 단순화시킨 측면이 있다.

그럼 어쩌라고??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직접적인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의 위험성이 너무 과장되었고, 이렇게 호들갑을 떨 만큼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물질을 펑펑 낭비하며 살자는 얘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 공부 잘 하자는 캠페인을 할 필요는 없다. 자녀가 공부 잘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면, 매일같이 공부 하라고 윽박지르기보단, 훌륭한 인격체가 되도록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부에 대한 흥미를 갖도록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환경문제도 마찮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대로 가면 지구에 큰 재앙이 온다느니, 인간의 오염 행위가 극에 달해서 곧 큰 벌을 받을 것이라는 둥 매일 같이 환경보호해야 한다고 국민들을 윽박지를 필요는 없다. 내가 오늘 얼마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지 따지는 행위는, 마치 내가 오늘 밥을 먹으면서 섭취한 칼로리를 계산해서 그 칼로리만큼 운동을 해서 건강을 유지하겠다는.. 유치한 발상과 다르지 않다.

나와 가족과 이웃을 돌아보며 함께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면, 비록 그런 경제활동 과정에서 오염물질은 배출되겠지만, 굳이 내가 오늘 배출한 자동차 배기가스의 양을 계산하지 않더라도, 굳이 내가 오늘 버린 쓰레기의 양을 계산하지 않더라도, 지구는 인간의 활동을 수용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 ‘0’ 도전해봐요
[한겨레 2008-02-18 20:56]


[한겨레] ‘당신의 이산화탄소, 당신의 손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해 미국과 영국, 스위스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동된다. 산업자원부가 18일부터 대한상공회의소, 에너지관리공단, 환경재단 등 21개 기관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제3차 기후변화주간에 ‘탄소중립’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탄소중립’은 일상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측정해 이를 최대한 줄이고, 감축이 어려운 부분은 공인된 감축 실적을 사거나 신재생에너지 투자, 나무심기 기부 등을 통해 발생 이산화탄소를 ‘0’으로 만들자는 캠페인이다. 이번 행사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6t도 나무심기와 감축실적 구매로 상쇄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매일 40㎞씩 주 5일 중형차를 운행하고, 매달 전기값 4만원, 도시가스값 3만원, 지역난방비로 1만5천원을 쓰는 사람이 연간 이산화탄소를 5.25t 발생시킨다고 치자. 이를 상쇄하려면 나무 30그루(9천원×30=27만원)를 사거나 국가인정 온실가스 감축실적(t당 5천원×5.25=2만6천원)을 구입해야 한다.

이미 외국에선 공공기관 뿐 아니라 민간기업들까지 뛰어들고 있으며, 프로그램도 세분화해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기관 ‘드라이브뉴트럴’은 승용차부문의 탄소 상쇄만 맡으며, 민간기업 ‘스탠다드 카본’은 선거캠페인도 사업대상으로 한다. 에너지관리공단의 신호철 박사는 “최근 미국 미식축구 결승전이나 베이징올림픽도 이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출권 구입은 에관공의 온실가스등록소에 등록돼 있는 감축실적을 사게 되는데, 신 박사는 “장기적으론 개인이 특정기업의 특정 프로젝트를 지정해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할 생각”이라 말했다. 모이는 기금은 특정 지역 수목원 조성이나 도심 학교 숲 가꾸기 등에 쓰이도록 몇가지 모델을 산림과학원과 논의 중이라 덧붙였다.

산자부는 이 캠페인으로 국내 탄소시장의 수요창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진종욱 에너지환경팀장은 “올해부터 감축 목표를 채우지 못한 공공기관은 배출권을 구입하게 되어있지만 국민들과 민간기업의 참여 없이는 시장이 커질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 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비롯한 기업들의 ‘환경 성적’을 채점해 이를 공개할 계획이다.

한편, 개인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알아보려면 이번에 문을 연 ‘탄소중립 프로그램’ 홈페이지(http://zeroco2.kemco.or.kr)나 환경부와 환경관리공단의 ‘기후변화홍보포털’(gihoo.or.kr)을 이용하면 된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