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등록금 때문에 시끄럽다. 이게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었는데, 새삼스럽게 요즘 등록금이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솔직히 나는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등록금의 ‘절대적인 금액’이 비싸서 문제인 것인지, 아니면 금액의 고하를 떠나서 대학이 받은 돈만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문제인 것인지...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원칙은, 더 좋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원하면 그 만큼 비싼 대가 즉 돈을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1,000만 원짜리 자동차보단 당연히 2천짜리 차가 좋지 않겠는가? 대학이라고 예외일 리 있겠는가? 남보다 더 좋은 교육 받고 싶으면 당연히 남보다 더 많은 돈을 내야지... 가난뱅이라서 남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으면, 적어도 남보다 더 아끼고,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든가... 남들 놀 때 같이 놀고, 남들 술 먹을 때 같이 먹고, 남들 취미생활 할 때 같이 하고, 그러면서 돈 없다는 타령은...
대학교와 대학생, 모두에게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선 대학교의 경우... 질 좋은 대학이나 질 안 좋은 대학이나 등록금 비싼 것에 차이가 별로 없다. 오히려 하순위 대학의 등록금이 더 비싼 경우도 흔하다. 비싼 돈 내고 남보다 더 좋은 교육 받아서 나중에 더 좋은 곳에 취직이라도 하면, 그렇게 억울하단 생각이 들진 않을텐데... 이건 뭐... 1천짜리 자가용이나 2천짜리나 차이가 없으니...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값 싼 자가용은 판매조차 안 해서,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냥 돈 덜 내고 질 낮은 교육 받고 싶어도, 그런 ‘질은 좀 낮지만 대신에 무척 저렴한’ 대학이 없다.
내가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던 대학생이 아니라서, 그리고 정말로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 드는 학우를 본 적이 없어서, 등록금 비싸다고 외치는 대학생들도 결코 좋게 보이지 않는다. 사회문제를 지나치게 개인차원의 문제로 본다고 비난받아도 어쩔 수 없지만, 그냥 언제부터인가 대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돌이켜 보니 내가 대학에 다닐 때도, 대학생들이 싫었다.(누워서 침 뱉기로군!) 공부도 안 하는 것들이 웬 불만이 그렇게 많아... 대학이 잘못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니들이 공부를 안 해서 그런 거야... 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반값 등록금’이 되면 교육의 질도 반쪽이 되어야 이치에 맞다. 등록금은 반쪽인데, 교육의 질이 반쪽이 안 되려면 결국 어딘가에서 그 돈을 메워 줘야 하는데, 결국 세금밖에 답이 안 나온다. 공부 열심히 하는 놈이나 안 하는 놈이나 ‘공평하게’ 세금 퍼부어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세금은 어디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지나? 누군가가 피땀 흘려 번 돈이고, 또 우리 사회 어느 분야에는 세금이 덜 간다는 뜻이다.
대학이 돈은 잔뜩 쌓아 놓고 등록금 장사만 한다고 욕하지만, ‘장사 잘 하는’ 것은 욕먹을 일이 아니다. 그런 대학의 어처구니없는 돈장사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구조와 학생들도 문제다. 대학들이 망할 것 같은 위기의식이 있으면 그딴 식으로 장사 하겠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질은 낮은데 비싼 것은 팔리지 않아야 정상이다. 질은 낮은데 등록금만 비싼 대학에 왜 가냐고요...???
사실 ‘비싼 등록금’이란 말 자체가 이상하다. 옛날의(대략 1990년대 초반까지의) 대학 등록금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했다. 더 옛날에는 더 심했고... 그래도 그 당시 등록금 비싸다고 지금처럼 불만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비싼 만큼의 값어치를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의 값어치를 했기 때문에, 대학 등록금은 비싼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은 엘리트로 가는 직행 노선이었고, 적어도 대학을 나와서 실업자가 될 위험은 없었다. 옛날과 지금을 직접 비교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만, 아무튼 비싸도 그 만큼의 값어치를 하면 불만이 생길 리 없다.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는 것보단, 돈값 못 하는 대학의 숫자를 반으로 줄이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그냥 홧김에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하면, 돈만 받고 제대로 가르칠 생각이 없는 대학도 타격이 크겠지만, 돈만 내고 제대로 배울 생각이 없는 대학생도 타격이 클 것이다. 가령 여러 문제점을 극복하고 ‘반값 등록금’이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대학과 대학생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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