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하는 녀석

전직 대통령도 억울해서 자살할 정도면...

페이퍼컴퍼니 2009. 5. 27. 22:56

 

 

전직 대통령도 억울해서 자살할 정도면...

 

서민들은 어쩌란 말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일본에서도 잠깐 관심을 가졌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전까지는!

 

5월 23일(토) 대부분의 석간 신문이 1면에 이 소식을 실었고, 다음 날 조간에서도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25일(월)부터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단 이틀 만에 ‘노무현’은 일본에서 사라졌다. 비록 외국 지도자의 자살과 핵실험은 비교 대상이 되진 않지만, 역시 일본에서 한국은 북한만도 못한 관심을 받고 있다. 꼭 이번만이 아니라 일본 언론에 주로 등장하는 건 남조선이 아니라 북조선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씁쓸한 기분이다.

 

북한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고...

 

어찌되었든 돈을 받은 건 명확해 보이기 때문에, 이점은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 직접 받았든 가족이 받았든, 알고서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권력자는 그런 구차한 변명을 하면 안 된다. 받은 건 받은 거다. 주변 인물과 가족 관리를 못한 것도 대통령 책임이다. 검찰과 이명박이 죽인 것이라고 욕하지만, 노무현(혹은 주변 인물)이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건 곤란하다.

 

자식들이야 아직 어려서(?) 세상물정을 잘 몰라서 그랬다손 치더라도, 권양숙 여사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오랜 세월 정치인의 부인으로 생활했으면, 그 돈을 받으면 어떤 결과가 될지 충분히 알고 있었을텐데, 왜 그랬는지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간다. ‘모르고 받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정치인 부인으로, 그것도 보수정권의 탄압을 심하게 받았던 사람의 부인으로 오랫동안 살았으면, 작은 실수로도 그들의 ‘먹잇감’이 될 것이란 걸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권양숙 여사의 행동은 작은 실수 정도가 아니다. 역시 왜 그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노무현을 존경하기 때문에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노무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존경한다’라고 말할 때는, 그 사람이 100% 완벽한 인간이기 때문도 아니며, 죽을 때까지 잘못이나 실수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도 아니다. 잘못과 실수를 저지르면서도 대한민국을 개혁하려고 노력했던 점을 높이 평가해야지, ‘인간 노무현’이 아니라 ‘초인 노무현’을 만들려고 하면 안 된다.

 

그래도 내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대통령인데, 이렇게 퇴임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상황까지 몰렸다는 점이 무척 가슴 아프다. 역대 대통령치고 퇴임 이후가 순탄했던 사람이 없었는데, 그래도 노무현은 퇴임 이후 자랑스러운 역대 대통령이 될 것으로 믿었었는데...

 

그리고, 보수정권과 보수언론의 탄압으로 아무리 ‘힘없는’ 대통령이었다손 치더라도, 어찌되었든 대통령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자였던 사람이, 자신의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자살을 할 정도면, 나같이 정말로 힘없는 서민들은 어쩌란 말인가? 물론 자살을 한 이유가, 억울함 때문인지, 자신의 과오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함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최소한 죽기 전까지 노무현의 주장은 검찰에, 현 정권에 그리고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이명박과 현 정권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이명박을 누가 대통령으로 만들었던가? 국민들이 만든 것이다. 이명박을 욕하는 건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다. 나는 명박이한테 표 안 줬으니까 책임 없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은 어느 특정인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사회의 좋은 점, 나쁜 점에 대해서 모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전직 대통령도 죽지 않으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이 사회...

 

도대체 어디로 가려고 이러는지...

 

경제는 어렵고, 신종 인플루엔자는 유행하고, 전직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

 

하지만 난세에 영웅이 나오고,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봐도 혁신은 늘 어려운 환경 속에서 탄생했다. 대한민국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시련으로 생각하면... 조금은 희망을 가질 수 있을 듯... 조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