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나들이

쓰쿠바(筑波) 버스 투어

페이퍼컴퍼니 2009. 11. 29. 12:09

 

내가 다니는 어학교가 도쿄도 아라카와구(東京都荒川区)에 있는데, 이바라키현(茨城県) 쓰쿠바시(つくば市)와 자매관계(?)이다. 도쿄의 북동쪽, 버스로 1시간 정도 달리면 쓰쿠바가 나온다. 인구가 20만 명 정도로 그리 큰 도시는 아니고, 실제 도시의 대부분은 논밭이고 주요 산업도 농업이다. 하지만 이런 논밭 옆에 일본 우주개발의 중심인 「쓰쿠바 우주센터」가 있다. 요즘 일본에선 우주로 사람 보내는 게 취미생활(!)이 됐는데, 우주인 훈련도 여기서 한다.

 

자매결연 도시라곤 하지만, 사실 ‘결연’해서 할 일이라는 게 딱히 없다. 올 초 닛포리역(日暮里駅) 앞에서 쓰쿠바시 농산물 홍보전시회가 있었던 게 기억난다. 하고 많은 곳 중에서 하필 쓰쿠바시에서 왔나 궁금했었는데, 자매결연 도시였기 때문이다. 전반기에 쓰쿠바에서 왔으면, 후반기는 아라카와에서 가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구청에서 들고 갈 게 뭐가 있겠는가? 사람 많은 도쿄, 갖고 갈 건 사람 밖에 없다...

 

‘국제교류 버스 하이크’라는 제목으로 절반은 일본인, 나머지 반은 아라카와구에 살고 있거나, 구에 있는 어학교에 다니는 외국인으로 구성하여 쓰쿠바 여행에 나섰다. 외국인이라곤 하지만, 연세 지긋해 보이는 두 명을 제외하곤 전부 나랑 같은 학교 학생이고, 또 그 학생은 전부 한국인과 중국인이었다. 아무튼 마침 좋은 기회가 되어서, 도쿄를 벗어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터라, 싼맛(?)에 바로 신청하여 처음으로 이바라키현 땅을 밟아 봤다. 학생의 참가비는 2천 엔인데, 개인적으로 가려면 교통비만 2천 엔이 훌쩍 넘는다.

 

버스 투어는 쓰쿠바 우주센터 -> 쓰쿠바 햄 -> 사쓰마이모(さつま芋, 고구마) 캐기 체험 순으로 진행되었다. 갈 때는 이른 시간이라 교통정체가 없어서 1시간 걸렸는데, 올 때는 그 2배가 넘게 걸렸다.

 

▲ 이런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단체 기념촬영
뒤에 보이는 로켓은 옛날에 실제로 발사됐던 것인데, 주워(?) 와서 전시품으로 사용하고 있단다. 저걸 주워 오는 데 쓴 돈이 로켓 만드는 돈과 비슷했다는 소문도 있다^^;

 

▲ 실제 우주센터는 꽤 넓은데 관람객이 갈 수 있는 곳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전시실과 홍보관 정도만 견학이 가능하다. 전시실 안에 있는 역대 우주인들 프로필.
현재 노구치 소이치(野口総一) 씨가 우주에 가려고 러시아에서 최종 훈련 중이고, 바로 전에는 와카타 코이치(若田光一) 씨가 우주에서 장기 체류하며 실험을 하였다. 그 전에 우주에 갔던 도이 타카오(土井隆雄) 씨에 관한 글은 대표적인 일본어 교육 교재 ‘민나노 니홍고’ 초급2권에서 본 기억이 난다.

 

 

▲▼ 홍보관에서 팔고 있는 우주인 식량
제 아무리 우주센터라고 해도 홍보관에서 팔고 있는 물건들 대부분은 ‘메이드 인 차이나’로 말 그대로 애들 장난감 수준의 품질이면서 당연 다른 곳보다 비쌌다. 그나마 우주식(宇宙食)이 눈에 띄었는데 실제 우주에서 먹는 거랑 똑같다고 한다.

 

 

▲ 쓰쿠바 우주센터 전경
오른쪽 큰 도로에서 들어간다.

 

▲ 쓰쿠바 외에도 일본 전역에 우주센터와 발사기지가 있다.
로켓 발사는 주로 일본 서남쪽 끝에 있는 가고시마(鹿児島) 기지에서 하는데, 문득 2007년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티미터’의 환상적인 영상이 생각난다.

 

▼ 초속 5센티미터 : 제2회 [코스모나우트]의 한 장면
섬사람들에겐 일상생활이다시피 한 로켓 발사의 웅장한 모습과 남녀 주인공의 쓸쓸한 마음을 절묘하게 교차시키고 있다.

 

▼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쓰쿠바 햄] 공장 겸 레스토랑이다.
올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니혼햄’은 전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인데 비해, 쓰쿠바 햄은 쓰쿠바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손으로 만드는 햄이다. 쓰쿠바의 양돈농가가 중심이 되어 ‘공장에서 찍어 내는 햄은 싫다. 제대도 된 거 함 만들어 보자’라는 일념으로 1981년 창립했단다. 나는 미각이 쉬원찮아서 잘 모르겠지만, 나름 그 이름이 알려진 것으로 보아 품질이 인정을 받고 있는 것 같다.

 

▼ 마지막은 고구마 캐기 + 군고구마 체험 행사
나는 원래 촌놈인지라(집에서 고구마를 직접 재배해서 캐먹기도 했다) 이런 게 전혀 ‘체험’으로서 가치가 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무척 신기로운 체험인 것 같다. 사실 이건 외국인보단 도쿄에 살고 있는 일본인을 위한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촌 출신에게 당연한 것이 대도시 사람들에겐 당연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땅에서 직접 고구마를 캘 일이...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 일본 고구마는 ‘사쓰마이모(さつま芋)’라고 하는데, 맛은 우리나라 고구마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엄청난 크기이다. 무슨 고구마가 사람 얼굴만하다...
고등학교 때 대표적인 구황(救荒) 작물인 감자는 중국에서, 고구마는 일본에서 전래되었다는 걸 배운 기억이 난다. 한국보다 따뜻한 기후라서 그런지 종자 자체가 틀린 것인지 일본의 고구마는 무척 컸다!!

 

▲▼케로로 중사(ケロロ軍曹)의 한 장면.
원래 일본의 전통적인 고구마 캐기는 이런 모습이다... 믿거나 말거나...

 

▼고구마 캐기, 군고구마 체험 행사는 ‘유카리노 모리(ゆかりの森)’라는 농장 비슷한 곳에서 했다. 농작물 재배지와 체험 행사장, 그리고 곤충전시관 등이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농촌 어메니티’라는 것이 있는데, 쉽게 말해 농촌이 단지 농작물만 재배하는 곳이 아니라, 도시 사람들이 와서 이런저런 체험을 하며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농촌 만들기를 말한다. 단순히 식량 생산만으론 값싼 외국산에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고 하고 있다.

 

 

 

 

 

참고) 원래는 한자 이름인데 지명을 일부러 히라가나로 적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그 중 한 곳이 쓰쿠바이다. 쓰쿠바는 원래 「筑波」라는 한자 지명이었는데, 대외적으로 「つくば」라고 쓴다. 뉴스나 신문에선 「つくば」라고 쓰지만, 막상 쓰쿠바에 가보니 도로 표지판에는 한자가 더 많이 보였다.

 

 

 

※놀러간 날 : 2009년 11월 1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