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나들이

오다이바(お台場)의 건담 실물 모형

페이퍼컴퍼니 2009. 7. 25. 14:40

 

 

도쿄에 살면서 오다이바(お台場)에 안 가보는 것은, 파리에 살면서 에펠탑을 못 봤다고 하는 것과 같이, 욕먹을(?) 일이기 때문에 겸사겸사 발길을 옮겨 보았다.

 

오다이바에는 원래 유명한 관광 코스가 많다. 일본드라마 ‘춤추는 대수사선’에서 자주 등장했던 레인보우 브릿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주인공 아오시마 슌사쿠가 있는 완간경찰서(湾岸署)가 오다이바가 있는 미나토구(港区)에 있다. 건물 꼭대기에 커다란 공(?)을 얹은 독특한 외관의 후지TV 방송국... 그러고 보니 대수사선도 후지TV에서 방영된 드라마이다. 자유의 여신상 모형물과 레인보우 브릿지가 겹쳐져서 보이는 오다이바 카이힌공원(お台場海浜公園), 대형 관람차와 도요타 자동차 상설 전시장이 있는 팔레트 타운(palette town), 여러 가지 전시회가 자주(...라기 보단 거의 항상) 열리는 도쿄국제전시장(Tokyo Big Sight)... 그 외에도 오다이바에는 구경꺼리가 무척 많다.

 

원래 이런 동네였는데 최근에 볼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기동전사 건담의 실물 모형이 7~8월 동안 오다이바 시오카제공원(潮風公園)에서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 자유의 여신상 모형물과 레인보우 브릿지가 겹쳐져서 보이는 카이힌공원(お台場海浜公園)

 

처음엔 플라모델 조금 크게 만든 것 가지고 뭘 그리 야단법석을 떠나 싶었는데, 막상 가서보니, 상당히 정교하게 만들어진 모형물이었다. 만드느라 고생 꽤나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높이가 18m, 무게가 35t이니까 플라모델이라고 하면 섭섭해 할 것 같다^^; 이번에 전시되고 있는 모델은 건담의 수많은 시리즈 중에서 최초의 건담이다. 모델명은 RX-78-2로, 1979년 방영된 ‘기동전사 건담’에서 주인공 ‘아무로 레이’가 탔던 건담이다.

 

건담은 이후 시리즈가 늘어나면서, 날개도 날고, 합체도 하고, 변신도 하고, 자기 몸집보다 더 큰 무기도 달고, 이런저런 액세서리(?)를 많이 붙여서 굉장히 복잡한 형태의 로봇으로 진화한다. 따라서 최초의 건담은, 사실상 모든 건담 중에서 가장 단순한 형태의 로봇, 즉 가장 밋밋한 로봇이다. 하지만 실물 모형을 가까이서 보니까, 무척 복잡하고 화려해 보였다. 그것은 TV 애니메이션에선 세세하게 그리지 못한 부분을 모형에선 표현해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 건담 모형물은 두 가지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만들어졌는데, 첫 째는 기동전사 건담 방영 30주년 기념이다. 최초의 건담이 1979년에 방영되었으니까, 올해가 30주년이 된다. 올 초 방영이 끝난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OO) 2기까지, 건담은 TV 시리즈만 12편이 된다. 그 외 극장판과 OVA까지 합하면 방대한 분량의 시리즈물이다.

 

나는 건담 시리즈 대부분을 봤는데, 대략 5~6년 쯤 걸린 것 같다^^; 물론 초반의 몇몇 시리즈를 제외하곤 대부분 독립적인 스토리라서 꼭 앞에 것을 먼저 봐야 뒤에 것이 이해되는 구조는 아니다. 하지만 건담의 독특한 세계관을 이해하려면 역시 초반의 세 작품, 즉 1979년의 기동전사 건담, 1985년의 제타(Z) 건담, 1986년의 더블제타(ZZ) 건담은 먼저 보고 이후 다른 걸 보는 게 좋아 보인다. 세월의 벽이 있어서, 지금 보면 무척 낡은 느낌이 들긴 하겠지만, 고전의 맛이란 게 원래 낡은 느낌에 있는 것이기도 하니까...

 

방영 30주년 기념은, 플라모델 제작사 반다이의 마음이고, 공동 주최자인 도쿄도의 마음은 ‘2016년 올림픽 유치’이다. 건담하고 올림픽하곤 별 관련이 없지만, 건담이 전시되고 있는 오다이바는, 만약 올림픽이 유치된다면 수상 스포츠 경기장으로 이용되니까, 전혀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다. 건담을 이용해서 올림픽 유치 홍보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의 올림픽 유치를 향한 애틋한 마음은 의외의 암초에 부딪혔으니... 최근 치러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자민당을 제치고 제1당이 되었다. 올림픽 유치에 목숨 걸고 있는 이시하라는 자민당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도쿄의 일반 시민들이 올림픽 유치를 그렇게 크게 바라는 상황도 아니다. 물론 유치되면 좋겠다라는 마음 정도는 갖고 있지만, 그렇게 열정적으로 바라는 분위기는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아소 타로 총리의 훌륭한 쇼맨십(showmanship)으로 자민당의 이미지는 점점 더 바닥을 향해 가고 있으니... 이런 민심 속에서 이시하라 도지사랑 자민당만 열심히 유치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덜컹 민주당이 도의회를 장악했으니... 2016년 도쿄 올림픽 유치의 최대 적은, 나라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나라 안에 있는 셈이다.

 

뭐 이런 생각들을 하며 ‘커플들의 천국’ 오다이바 관광을 마쳤다. 마침 내가 갔을 때, 카이힌공원(お台場海浜公園)에서 제6회 바다의 등불 축제(海の灯まつり)가 열리고 있었다. 여름 밤의 오다이바는, 레인보우 브릿지의 야경, 바다 위 유람선의 불빛, 그리고 해변 위를 수놓은 2만 여개의 등불이 어우러져 무척 화려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2009년 7월 20일

 

 

▲ 근처에 하네다공항(羽田空港)이 있어서, 이런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가까이에서 보면 색칠(?)을 무척 잘 했다. 역시 뭐든 때깔이 좋아야...

 

 

 

 

 

▲ 대형 관람차가 있는 곳이 팔레트 타운

 

▲ 후지TV 방송국 앞... 방송국이라기 보단 시장바닥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무척 붐비는 곳이다.

 

▲ 후지TV 방송국 1층 내부에도 이런 저런 매장이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설 ‘사자에상’ 캐릭터 상품 판매점이 보인다.

 

▲ 해질 무렵의 후지TV

 

▲ 등불 축제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수많은 카메라 애호가들...

   그러나, 대부분 노인네들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커플끼리 오기 때문에 이런 짓을 할 여유가 없다^^ 그럼 어떤 짓을...

 

▲ 레인보우 브릿지, 해상 위의 유람선, 해변의 등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