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약 1,300만 명에 달하는 대도시답게, 도쿄에선 어딜 가나 사람에 치이는 걸 감수해야 한다. 학교로 출근(?)할 때의 전철 안은 말 할 필요도 없이 괴롭다. 특히 여름에... 재수가 없어서 잘 안 씻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그 괴로움은 배가 된다.
사람 많은 곳이라 사건/사고도 많은데, 출근 시간에 누군가 선로에 뛰어들어 자살이라도 하면, 꼼짝없이 전철 안에 갇히는데, 죽은 사람 불쌍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우선 몸이 괴롭다. 죽으려면 집에서 죽지 왜 전철에 뛰어 들어... 이런 생각밖에 안 든다. 흥미로운 점은 퇴근 시간에 맞춰 자살하는 사람보단 출근 시간에 맞춰 자살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아침에 뭔가 생기면 십중팔구 자살이고, 저녁 때 생기는 인명사고는 단순사고인 경우가 많다.
아무튼 사람 많고 자동차 많고 빌딩 많은 도쿄인데, 문득 도쿄의 공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서울에서 살던 사람이 아니라서, 정확하게 비교하긴 어렵지만, 흔히 ‘도쿄는 공기가 나쁘다(空気がまずい)’라고 말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쁘지 않다. 물론 농촌이나 산속보다 좋을 리야 없겠지만, 비교할 데랑 비교를 해야지...
가끔 일이 있어서 서울에 가면, 숨이 탁 막히고, 또 집에 와서 코를 풀면 뭔가 시커먼 것이 묻어 나온다. 서울의 공기는 콧속을 시커멓게 만들 정도인 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도쿄에선 그런 경험을 한 적도 없고, 사람이 무척 많은 것에 비해 숨이 막힌다는 느낌도 받은 적이 별로 없다. ‘Green Tokyo Project’라고 도쿄에서 나무와 숲(공원)을 늘리는 계획이 꽤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는데, 그 성과가 있는 것 같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도쿄에는 ‘녹색’이 많았다. 일본 사람들은 개, 고양이 기르는 걸 무척 좋아한다. 개 데리고 산책하는 것에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고, 무척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런데 그 개보다 더 많이 키우는(?) 것이 나무이다.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집이라면 거의 100% 나무가 심어져 있다. 나무를 심기 어려운 집이라면, 하다못해 화분이라도 있다.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이 많고, 가로수를 비롯해 나무와 숲이 무척 많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어디를 기준으로 ‘도쿄는 공기가 나쁘다’라고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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