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나들이

우에노공원 ~ 도쿄대학 산책

페이퍼컴퍼니 2009. 3. 30. 10:57

 

 

일요일(3월 29일), 우에노공원 방향으로 나들이를 가 보았다. 우에노공원은 너무 유명한 곳이라, 주저리주저리 설명해 봐야 입만 아프지만, 아무튼 주변에 유명한 곳이 무척 많은 곳이다. 온시우에노동물원, 도쿄도미술관(東京都美術館), 도쿄서양미술관, 도쿄문화회관, 국립과학박물관, 도쿄국립박물관, 그리고 공원 바로 옆에 아메요코(アメ横) 시장도 유명하다.
※공원의 정식 명칭은 ‘우에노온시공원(上野恩賜公園)인데, 그냥 다들 우에노공원이라고 부른다. 온시(恩賜)는 천황이나 주군(主君)에게서 받았다는 뜻이다. 즉, 천황이 하사한 공원이란 뜻.

 

마침, 지금 서양미술관에선 루브르 특별 전시회가, 국립박물관에선 국보 아수라(阿修羅) 전시회가 진행 중이지만, 이런 작품들은 사전 지식 없이 봐야 머리에 들어오는 게 없기 때문에, 가장 쉽고 간단하고 돈 안 드는 관광 방법을 선택했다. 그냥 걷기...

 

우에노공원에서 도쿄대학으로 그리고 아메요코 시장을 걸어 보았다. 우에노공원에서 도쿄대학까지는 느긋하게 걸어서 20~25분 정도 걸린다.

 

원래 일기예보상으론 지금쯤이면 벚꽃이 활짝 피었어야 하지만, 최근 1~2주 동안 기온이 무척 낮아서 다시 겨울이 온 듯한 느낌이다. 곧 4월인데 겨울 날씨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2월 말보다 3월 말이 더 춥다. 그래서 아쉽게도 벚꽃은... 어설프게 피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신학기 개학 전 마지막 휴일이라서 그런지, 하나미(花見, 꽃구경)를 하러 나온 사람은 무척 많았다.(뭐 그런 것과 상관없이 우에노공원은 항상 사람이 많은 곳이긴 하지만...)

 

 

▲▼시노바즈이케(不忍池)
우에노공원 서쪽 끝에 있는 연못이다. 연못 중간쯤에 벤텐도(弁天堂)라는 절이 있고, 절 입구에는 이런저런 먹을거리를 파는 포장마차같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시노바즈이케는 벤텐도를 중심으로 세 가지 테마로 나뉜다. 연꽃이 많이 피어있는 하스이케(蓮池), 보트를 탈 수 있는 보트이케(ボート池), 그리고 여러 종류의 새들이 있는 우노이케(鵜の池)가 있다. 우노이케에서 우(鵜)는 가마우지란 뜻인데, 여기에 있는 새들이 가마우지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 눈엔 그냥 오리떼처럼 보이더구만...^^;;
시노바즈이케(不忍池)라는 명칭은 맹자(孟子)의 不忍之心(불인지심, 차마 어찌하지 못하는 선한 마음)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출처가 확실치 않으므로 단지 참고만 할 것...

 

 

 

 

불온서적(?)
공원 한쪽에서 옛날 책들을 팔고 있었다. 태평양전쟁 전후의 책들 같은데, 우리나라로 치면 옛날 반공서적쯤 되는 느낌이다. 역사적 사료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그런지 꽤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3,000~5,000엔 정도의 가격이 많아 보였다. 

 

 

시노바즈이케(不忍池)의 보트이케(ボート池)

 

벤텐도(弁天堂) 앞에 있는 노점상(?). 떡볶이도 팔고 있었다. 의외로 일본에서 떡볶이를 많이 보는 것 같다.

 

벚꽃나무 아래에서 야유회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갔던 시간이 약간 이른 오전이라서, 각 모임에서 가장 시다바리(?)들이 미리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만약 평일이었다면 넥타이에 양복을 입은 회사원(대개 신입사원들)이 와서 자리를 잡고 있었을 것이다. 

 

야요이 토기(弥生式土器) 발굴 지점
우에노공원에서 도쿄대학으로 가는 길에 예상치 못한 역사 유적지를 발견했다. 야요이 토기가 발굴된 지점을 기념하는 비석이었다. 일본에선 기원전 3세기 ~ 서기 3세기까지의 시기를 야요이시대(弥生時代)라고 하는데, ‘야요이’라는 명칭은 1884년 이 시대와 관련된 유물(토기)이 처음 발견된 지명에서 유래했다. 이 지점의 명칭이 예전에 ‘무코가오카 야요이쵸(向ヶ岡弥生町)’였다.
이곳은 에도시대 미토번(水戸藩)의 저택이 있던 곳이었는데, 메이지 2년 신정부에 수용되어, 메이지 5년에 ‘무코가오카야요이쵸(向ヶ岡弥生町)’라는 지명(地名)이 붙여졌다. 이 명칭은 분세이(文政) 11년(1828년) 3월 10일, 미토가(水戸家) 9대 도쿠가와 나리아키(徳川斉昭)가 저택 안에 세운 노래비에 적혀 있던 시에서 따온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메이지 17년 이곳 패총(조개무덤)에서 토기가 발견되어, 지명을 따서 ‘야요이토기’가 되었고, 이 토기가 일본 고대역사를 구분 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여 ‘야요이시대’라는 명칭이 탄생했다.
야요이(弥生)는 원래 음력 3월이란 뜻인데, 토기가 3월에 발굴되어서 그런 명칭이 붙여진 게 아니라, 도쿠가와 나이아키가 세운 비석에 새겨진 시(음력 3월 즉 4월에 활짝 핀 벚꽃을 보며 지은 시)에서 유래한 명칭이다...라고 비석 옆에 안내문이 적혀 있다. 참고로 도쿠가와 나리아키는, 2008년 NHK 대하드라마 아츠히메(篤姫)의 등장인물 중 한명이다. 아츠히메와 몇 번인가 담판을 지은 아저씨(?)로 나온다. 왠지 이름이 낯이 익다 했더니... 

 

도쿄대학 정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시계탑 

 

 

하마오 아라타(濱尾 新) 동상
메이지, 다이쇼 시대의 유명한 교육행정가이다. 1905년 제8대 도쿄제국대학 총장이 되었고, 도쿄대학은 물론이고 일본의 교육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고 함. 

 

산시로이케(三四郎池)
원래 이름은 이쿠토쿠엔(育徳園)이었는데, 나츠메 소세키(夏目漱石)의 소설 ‘산시로(三四郎)’에서 주인공 산시로가 여주인공을 처음 만난 곳으로 나온다. 소설의 영향으로 이후 산시로이케(三四郎池)라고 불리게 되었다. 

 

아카몽(赤門)
뭐 말이 필요없다. 도쿄대학의 상징이다. 일본에 한국유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아카몽카이일본어학교(赤門会日本語学校)가 있는데, 여기에서 명칭을 따온 것이다. 물론 둘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저~~언혀 없다.

 

도쿄대학 다음으로 아메요코(アメ横) 시장을 갔다. 우리나라의 재래시장 같은 곳인데(하지만 우리나라 재래시장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활기차고 사람으로 붐비는 곳이다), 도쿄에는 이런 시장이 드물다 보니(사실상 이곳뿐임)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었다. 오사카에 있는 유명한 시장 쿠로몬(黒門)과는 또 다른 특색이 있는 곳이다. 오사카의 쿠로몬 시장은 먹을거리 위주인데, 아메요코는 별의 별 물건을 다 팔고 있다. 요 몇 년간 우리나라 전통시장에 지붕을 씌우는 작업(아케이드 작업)을 많이 했었는데, 그 원흉(?)이 오사카의 쿠로몬 시장이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우에노공원에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가보고 싶은데, 이런 곳은 무식하면 재미를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공부를 좀 많이 하고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