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이 질문은 두 가지 경우에 사용된다. 하나는 철학적/논리적 사유의 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다른 하나는 진화론과 관련해서 사용된다.
A가 존재하려면 B가 있어야 하고, B가 존재하려면 A가 있어야 할 경우 이런 말을 사용한다. 분명 어느 것 하나는 먼저 있었기 때문에 A와 B 둘 다 존재할텐데, 어떤 것이 먼저 생겨났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란 말을 한다. 닭이 있으려면 달걀이 있어야 하고, 달걀이 있으려면 닭이 있어야 하고... 도대체 뭐가 먼저 생겨난 것일까? 둘 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일까^^;;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유사한 말로 ‘모순(矛盾)’이 있다. 아무리 튼튼한 방패라도 모두 뚫을 수 있는 창으로, 어떠한 창으로도 뚫리지 않는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될까? 말 그대로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설정이다.
‘순환논리’ 혹은 ‘순환논리의 오류’라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에서 다스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커가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면 ‘순환논리’가 된다.
다스베이더 : 내가 니 애비다.(I'm your father.)
루크 : 어째서?
다스베이더 : 그건 니가 내 아들이기 때문이다.
루크 : ...???
즉, 어떤 주장의 결론을 다른 말로 바꿔서 그 결론의 근거라고 제시하는 것이다. 위 대화에서 ‘내가 니 애비다’란 결론과 ‘니가 내 아들이기 때문이다’란 근거는 사실상 같은 말로, 근거로 제시한 내용이 결론을 증명할 수 없다. 이런 걸 ‘동어반복(同語反覆)’이라고도 한다.
‘성경은 진실이다. 왜냐하면 성경에 그렇게 적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도 순환논리에 해당한다.
남자 :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이뻐!
여자 : 정말루?
남자 : 응! 내가 제일 이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일 이뻐!
여자 : 아이 조아~
위와 같은 것도 순환논리이고 동어반복이다^^;;
끄으으응... 도대체 뭐가 먼저란 말인가...??
그림 그리는 손(Drawing Hands) - 에셔(Escher)/1948년
그렇다면 진화론 차원에선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닭과 달걀 모두 ‘먼저’가 아니다.
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중/고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걸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은 의외로 쉽게 나온다. 두 가지 사실을 잘 기억하면 된다.
첫째, 지구상에 처음부터 닭과 달걀이 존재했던 게 아니다.
우리는 지구에서 처음 생겨난 생물이 매우 단순한 단세포 생물이라고 배웠다. 이런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이 되고, 식물과 동물로 갈라지고, 각각은 또 다시 여러 종류로 분화해서 현재와 같은 복잡한 생물이 된 것이다.
둘째, 지구상에 처음 출현한 단세포 동물이 어느 날 갑자기 닭 또는 달걀이 된 것이 아니며, 닭 또는 달걀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다.
이 두 가지 사실만 잘 새겨보면 정답은 나온 것 아닌가?
현재 널리 받아들여지는 지구의 나이는 ‘45억 6500만년’이다. 그런데,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약 300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네안데르탈인)은 약 20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크로마뇽인)은 약 3~4만년 전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한다. 즉, 지구의 나이를 1년-365일로 할 경우 인류는 12월 31일 밤 늦게 출현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그 나머지 시간에 지구상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조금 늦으냐 빠르냐의 차이는 있지만 닭과 달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스스로 복제가 가능한 최초의 유기물질에서 단순한 세포로, 그리고 현재의 복잡한 생물이 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설마 최초의 단세포와 인류 사이에, 혹은 단세포와 닭/달걀 사이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혹은 단세포 생물이 어느 날 갑자기 닭/달걀로 변신했다고 하진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진화 과정은 ‘어류 → 양서류 → 파충류 → 조류, 포유류’로 보고 있다. 인간의 수명으론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인간의 시간 감각으론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느린 속도로’ 서서히 변화해 온 것이다. 닭의 조상을 따라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현재의 닭과는 그 모습이 많이 다를 것이고, 닭도 달걀도 아닌 상태가 있었을 것이다. 잘 생각해 보라! 최초의 단세포는 닭도 아니고 달걀도 아니다. ‘이 때다!’라고 시간적 기준을 정할 순 없지만, 어느 시간을 기준으로(물론 그 기준은 실제론 매우 긴 시간이다!) 닭과 달걀로 구분되지 않던 생물은 번식수단으로 알을 낳는 쪽으로 진화한다.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이 말은 닭이 먼저란 말이 아니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어느 것이 먼저인지를 말하려면 과거의 몇 날 몇 시 몇 분 몇 초를 기준으로 닭 혹은 달걀이 지구상에 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속적인 진화 과정에서 그런 경계선은 없다. 과거의 어느 순간에는 닭과 달걀의 구분도 모호했겠지만, 어류와 양서류, 양서류와 파충류 등의 구분도 모호했다. 흔히 파충류가 진화해서 조류가 되었다고 하지만, 모든 파충류가 어느 날 갑자기 조류로 변한 것이 아니다. 서서히 변했기 때문에 꽤 오랜 기간 동안 파충류인지 조류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로 있게 된다. 조류냐 파충류냐 하는 구분은 단지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위해 만든 인식체계이지 그것이 실제로 명확하게 구분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예를 들면 무지개 색깔을 구분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무지개를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깔이라고 구분한다. 그래서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무지개는 7가지 색깔이라는 스테레오타입(Stereo Type)에 빠져버린다. 그런데 무지개를 잘 보면(무지개를 볼 기회가 없으면 스펙트럼을 통과한 빛을 잘 보면) 색깔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게 아니다. 딱 잘라서 여기서 여기까지는 빨강, 또 여기는 주황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무지개를 7가지 색깔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에서는 남색을 제외한 여섯 가지 색으로, 멕시코 마야족은 흑, 백, 적, 황, 청의 다섯 가지 색으로, 아프리카의 어떤 부족은 2~3가지 색으로 본다.
과연 무지개 색깔은 7개일까?
직접 세어보자...
애벌레 → 번데기 → 나비로 변태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애벌레와 번데기는 명확하게 구분이 된다. 그런데 애벌레가 번데기로 되는 과정을 계속 지켜보면 어느 순간 애벌레인지 번데기인지 구분이 모호한 상태가 있다. 번데기가 나비로 될 때도 마찬가지다. 올챙이가 개구리로 될 때도, 올챙이인지 개구리인지 모호한 상태가 있다. 올챙이가 개구리로 변하는 과정은 매우 짧기 때문에 우리는 올챙이와 개구리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며칠만 기다리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올챙이가 개구리로 되는데 10억년이 걸린다면, 그 때도 올챙이와 개구리를 쉽게 구분할 수 있을까? 우리의 인식체계를 단순명료화하기 위해서 앞에 5억년은 올챙이라고 부르고, 뒤에 5억년은 개구리라고 부를 순 있어도, 실제로 우리의 구분대로 올챙이와 개구리가 딱 부러지게 구분되는 건 아니다.
이 녀석은 올챙이일까, 개구리일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하는 물음도, 그 해답을 닭과 달걀 둘 중 하나에서 찾으려고 하면 절대로 찾을 수 없다. 인간의 시간관념으로 세상을 보고, 인간이 만들어놓은 인식체계 속에 갖혀버리면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 수 없다.
※ 넌센스이긴 한데 이런 이야기도 있다^^
Q :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A : 사랑이 먼저다. 부모 닭들이 서로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달걀이 생길 수 있었겠으며, 어미 닭이 사랑으로 그의 달걀을 품지 않았다면 어떻게 닭이 될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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