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보는 녀석

장미 없는 꽃집(薔薇のない花屋, 2008년)

페이퍼컴퍼니 2008. 4. 4. 14:37

 

장미 없는 꽃집(薔薇のない花屋, 2008년)

 

■ 방 영 : 후지TV(2008.01.14 ~ 2008.03.24 / 월요일 21:00)

■ 각 본 : 노지마 신지

■ 연 출 : 나카에 이사무

■ 주 연 : 카토리 신고, 타케우치 유코, 샤쿠 유미코, 마츠다 쇼타

             테라지마 스스무, 야기 유키

■ 방송편수 : 11부작

■ 음 악 : 요시마타 료

■ 주제곡 : ずっと一緒さ(by 야마시타 타츠로)

 

제목은 ‘장미 없는 꽃집’이지만, 이 드라마는 장미꽃 한 송이로 시작해서 장미꽃 한 송이로 끝난다. 주인공에게 슬픔과 절망을 상징하던 장미꽃이 기쁨과 희망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장미 없는 꽃집’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많이 달라질 것 같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본다면 딱히 흠잡을 데 없는 드라마이다. 그러나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원죄(!)라 할 수 있다.

 

일명 ‘게츠쿠(月9)’로 불리는 후지TV 월요일 9시 드라마는 전통적으로 해당 방송국의 간판 프로그램이면서, 일본 드라마 전체의 간판이기도 하다. 당연 방송국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드라마가 제작되며, 그만큼 시청자들의 기대치도 매우 높다. 따라서 ‘장미 없는 꽃집’에 대한 기대는 결코 작을 수 없으며, 실제로 이 드라마는 유명 작가의 각본에 스타 배우들이 캐스팅되었고 드라마 광고도 무척 많이 했다. 그래서 이런 점을 감안하여 이 드라마를 볼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나의 평가는 「기대이하」이다. ‘졸작’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인 화면은 무척 좋았다. 일상의 모습을 담는 화면은 정말로 훌륭했다. ‘반전’이 있는 스토리였지만 전반적으로 이야기 진행은 차분하고, 주인공의 대사도 무척 느리다.(덕택에 일본어가 아주 잘 들린다.) 스토리 진행이 느리긴 했지만 딱히 지루한 느낌은 없었다. 그만큼 연출력이 좋았다는 뜻이다.

 

캐스팅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어린 딸을 혼자서 키우는 착하디 착한 아빠역의 카토리 신고의 연기도 나름 괜찮았다.(버라이어티에선 코믹하게 나오고 이 드라마에선 진지한 모습이라 적응이 안 된 면도 있지만…) 깜찍하고 귀여운 딸 역할을 훌륭히 해낸 아역배우(야기 유키)의 연기는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이제는 코믹드라마보다 멜로드라마가 더 익숙한 타케우치 유코의 연기도 좋았다. 타케우치 유코는 내 기억으론 2004년을 기점으로 이미지 변신을 한 것 같다. 그 전까진 짧은 컷트 머리에 코믹한 모습이었는데, 이후부턴 긴 스트레이트 머리에 슬픈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자주 출연하고 있다.

 

야마시타 타츠로의 주제가 ‘ずっと一緒さ(영원히 함께)’도 이 드라마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 이쯤 되면 남는 문제는 하나밖에 없다. 스토리에 문제가 있다.

 

드라마가 재미있으려면 최소한 둘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지극히 비현실적이지만 뭔가 크고 대단한 것이 있던가, 커다란 한방(!)은 없지만 지극히 현실적이던가… 물론 현실적이면서 커다란 한방을 갖춘다면 최고의 작품이 되겠지만, 그런 건 드물다.

 

‘장미 없는 꽃집’은 놀랍다면 놀라운 반전이 여러 번 있지만 뭔가 대단한 주제나 소재를 갖춘 드라마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온 숱한 멜로드라마를 뛰어넘는 대단한 내용은 없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평범한 시민들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건으로 공감할만한 내용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내용이면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였다. 딸의 죽음이 너무 원통해 그 남자친구에게 복수하려는 대형병원의 원장, 그런 원장도 꼼짝 못하게 할 만큼 대단한 실력을 가진 젊은 의사, 어릴 때 부모한테 버림받은 슬픔을 어른이 되어서도 꼭꼭 간직하고 있는 어른들, 이런 허술한 설정은 이제 없어질 때도 되었건만...

 

스토리 상의 또 다른 문제점은 지나치게 남녀주인공 2명에게만 포커스를 맞췄다는 점이다. 주변 인물의 러브스토리나 고민에도 잠시 시선을 돌리는 여유를 보여주었다면 이야기 진행이 훨씬 매끄러웠을텐데, 오로지 주인공 두 사람의 사랑이 전부였다. 물론 주변인물에게 신경을 쓰려는 노력도 보였으나, 깊이가 너무 얕았고 1회성으로 끝나서 드라마 진행과 함께 지속되질 못했다. 딸 시즈쿠의 담임 오노 선생님과 하드보일드한 찻집 주인의 관계는 어영부영 아무런 결말 없이 끝났고,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서 이런저런 무모한 짓을 해서 주인공을 괴롭혔던 쿠도 나오야도 뚜렷한 결말 없이 흐지부지 끝났다. 드라마 초반에 등장했던 ‘이름 없는 전사’ 꼬마도 비록 마지막회에서 감동적으로 다시 나오긴 했지만, 중간이 벙 떠버려서 그 마지막회 장면이 무슨 뜻인지 한참을 생각해야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로 11화까지 이야기를 진행시키려니 온갖 무리한 방해물과 사건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003년에 도모토 츠요시,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모토 카레’는 주인공의 사랑이 완성되는 것과 함께 주변인물들의 사랑도 함께 완성되는 형태였다. 주연과 조연 배우들의 적절한 역할 분담은 결국 이 드라마의 이야기 흐름을 훨씬 매끄럽게 만들었고, 주인공의 감정 변화가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했다.

 

각본가 노지마 신지와 후지TV 게츠쿠의 부진한 모습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 '물방울'이란 뜻의 시즈쿠(雫)는 딸 이름이기도 하고 꽃집 이름이기도 하다.

 

▲ 카토리 신고

  (신고의 진지한 얼굴은 상상이 안 갔지만, 이 드라마에선 의외로 잘 어울렸다.)

 

▲ 타케우치 유코

 

 

▲ 시즈쿠의 담임 선생님 역의 샤쿠 유미코

 

▲ 딸 시즈쿠 역의 야기 유키

  (이 드라마 첫 주연급 출연이다.)

 

 

 

▲ 대형병원 원장의 존재는 이 드라마를 매우 진부하게 만든다.

 

▲ 모토카리야 유이카

  (죽은 시즈쿠의 엄마 역으로 출연했는데, 비디오 화면으로만 등장한다.)

 

 

 

▲ 어영부영 끝난 하드보일드한 찻집 사장과 시즈쿠의 담임 선생님의 관계...

 

▲ 이 드라마는 이렇게 장미꽃 한 송이로 시작하며, 또한 장미꽃 한 송이로 끝난다.

 

▼ 엔딩 장면

 

 

 

▼ 2002년 ‘런치의 여왕’에서

  지금과는 사뭇 다른 타케우치 유코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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