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한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을 부르는 특별한 말(섣달 그믐날)이 있듯이, 일본어도 마찬가지이다. 시작과 끝은 어느 나라에서나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그것을 표현하는 용어도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일본어로 섣달 그믐날은 ‘오미소카(大晦日)’라고 한다. 일본 신문은 무슨 얘기를 하며 올해 ‘오미소카’를 마무리 했을까...
일본에는 신문이 무척 많지만, 일본 신문의 쌍두마차 ‘아사히신문(朝日新聞)’과 ‘요미우리신문(読売新聞)’, 그리고 경제전문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経済新聞)’을 살펴봤다.
아사히의 1면 타이틀은...
도망갈 곳 없는 폭풍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바뀔까, 어떻게 바꿀까
세계 변동 : 위기 속에서[1]... 로 기사가 시작되고 있다. 첫 문단만 해석해 본다.
「마치 퍼펙트 스톰(궁극의 폭풍) 같다」
도산 직전에 몰린 미국 최대의 자동차회사 제너럴 모터스(GM)의 한 직공은 이달 상순 그렇게 말했다.
‘퍼펙트 스톰’이란, 3개의 폭풍우가 겹쳐져, 바다의 거친 파도가 높이 30미터에 달했던, 91년 미국 동해안 먼 바다에서 발생했던 폭풍우를 가리킨다. 영화화되었던 그 실화처럼 금융위기는 거대한 폭풍우가 되어 사람들을 말려들게 했다. 1개월에 걸쳐 지구촌의 ‘위기의 연쇄’를 추적했다.
이후 홍콩, 광동, 디트로이트, 오하이오, 두바이, 독일, 스페인의 경제위기 얘기가 이어진다.
왼쪽 상단 사진 설명은 이렇다.
캐나다 쪽에서 본 GM 본사. 앞에는 국경을 흐르는 디트로이트 강
아사히신문은 전반적으로 변화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2008년의 마지막까지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요미우리신문은 1면 타이틀이 일반적인 사건 관련 내용이다.
니시마츠건설 위법 헌금 의혹
4억 7800만 엔, 정치단체 은닉
사건의 내용인 즉, 니시마츠건설이 전직 의원들이 대표로 있는 정치단체를 이용해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주었다는 얘기이다. 건설회사와 정치인과의 ‘끈적끈적한’ 관계는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큰 문제인 것 같다.
이 기회에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자. 우리나라에서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전자회사가 거론되었던가, 김치 만드는 회사가 거론되었던가, 과자 만드는 회사가 거론되었던가, 옷 만드는 회사가 거론되었던가... 정치자금 얘기가 나오면 거의 100% 건설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만큼 건설업계의 부정부패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뭐 그건 그렇고... 요미우리도 세밑 풍경 얘기를 안 할 수 없었는지 우에노공원 근처에 있는 아메요코시장 풍경을 1면에 큼지막하게 싣고 있다. 사진 설명은 이렇다.
값싼 물건을 구하려는 48만 인파
아메요코 성황
세밑 30일, 도쿄 우에노의 ‘아메요코 상점가’는, 게나 아이들의 설날 음식 재료를 사려는 부모와 아이들로 붐볐다.
상점연합회에 따르면, ‘불황인 가운데, 아메요코에서 싼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인지, 인파가 예년에 비해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날도 약 48만 명이 쇼핑을 즐겼다.
작년에는 섣달 그믐날까지 5일 동안 166만 명이 방문했지만, 올해는 180만 명에 달할 기세라고 한다.
요미우리는 아사히에 비해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는 신문인데, 선입관일런진 모르겠지만, 그 얘기가 어느 정도 맞다는 생각이 든다. 아사히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변화를 강조한 반면, 요미우리는 불황인 가운데에서도 활기 넘치는 곳을 소개하며 애써(?)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했다. 요미우리에선 전반적으로 ‘변화’를 읽기가 힘들다.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経済新聞)’은 경제전문지답게, 언제나처럼 꿋꿋하게 경제 관련 기사로, 그것도 매우 어려운 전문적인 내용으로 1면을 장식하고 있다. 1면 기사 타이틀은 이렇다.
닛케이평균, 올해 종가 8859엔
(닛케이 평균지수) 1년 동안 42% 감소, 최대의 하락
시가총액 200조엔 줄어듦
닛케이는 그 흔한 컬러사진도 사용하지 않았다. 닛케이는 평소에도 웬만해선 1면에 컬러 사진을 사용하지 않는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경제 기사를 제대로 이해 못하는 사람이 무척 많은데,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다. 비록 일본어를 잘 몰라도, 아사히나 요미우리는 대충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닛케이신문은 좀 다르다. 닛케이신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일본어 실력이 부족해서라기 보단, 경제 관련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제도 어렵고... 경제 관련 기사도 어렵고...^^;;
참고로, 닛케이(日経)는 2가지 의미가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経済新聞)을 줄여서 그렇게 부르기도 하고, 바로 그 닛케이신문사가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 가운데 225개 종목의 시장가격을 평균하여 산출하는 일본증권시장의 대표적인 증권지수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 참고로 일본은 ‘경제위기’보단 ‘금융위기’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일본 신문에서 ‘경제위기’란 용어를 본 기억은 (100% 자신은 없지만) 없는 것 같다.
슬슬 일본에서 보내는 2008년 섣달 그믐날이 끝나가려고 한다...
내년, 아니 내일은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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