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개미들은 나란 존재를 알고 있을까?
어릴 때는 이런 개미떼들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유심히 쳐다보곤 했는데, 요즘은 뭐든 스마트폰으로 찍고 나중에 보는 버릇이 생긴 듯하다. 어찌 보면 개미 입장에선 다행일 수 있다. 왜냐하면 계속 쳐다보면... 왠지 모르게 짓뭉개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 때문이다^^;
예전 시골의 꼬맹이들은 괜히 이유 없이 개미떼를 무참히 밟아 죽이는 일이 흔했는데(곤충을 괴롭히는 것은 남자 아이들의 본능인가 보다), 나는 마음이 약해서 그런 대량살상(!)은 한 적이 없다. 대신 이동하는 길목에 돌이나 나뭇가지를 놓는다거나 물을 좀 뿌린다거나 하며 약간의 훼방만 놓았을 뿐... 그런 천재지변(!)에 개미들이 대처하는 걸 관찰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그렇게 개미를 관찰하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 개미들은 나란 존재를 알고 있을까?”
갑자기 하늘에서 나뭇가지가 강림(!)하고 물벼락이 쏟아지는 걸 개미들은 어떻게 인식할까?
아마도 개미들은 나란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것이고, 꼬맹이들의 장난은 그저 자연현상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개미가 나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 역시 인지하지 못하는 ‘초월적인 존재’가 있는 건 아닐까? 내가 개미를 관찰하듯 ‘그분’께선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닐까?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합리적인 의심>을 해 볼 수 있다.
내가 겪고 있는 일들과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들이 혹시 누군가 어떤 뜻을 갖고 내게 행하는 것은 아닐까? 내게 닥친 불행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개미에게 뭔가를 행하는 꼬맹이가 있듯이,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존재가 행하는 어떤 계시나 형벌이 아닐까?
신의 존재를 믿는 것도 고뇌가 따르겠지만, 믿지 않는 것도 많은 공부와 고뇌가 필요하다. 인류의 역사는 종교(신)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세상 속에서 무신론자로서 신념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 개미 얘기를 하자면, 개미들은 꼬맹이의 존재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꼬맹이가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