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CI 논란 - 청주 하면 떠오르는 것은?
CI가 뭐길래~
청주시가 계속 시끄럽습니다.
이승훈 시장과 김병국 시의장이 새 CI 처리 과정에 대해 공개 사과하여 이번 논란이 수그러드는가 했는데, 청주시가 은근슬쩍 새 CI를 사용하기 시작하여, 안 하니만 못한 사과가 되었습니다.
이승훈 시장은 새 CI 시행을 잠정 보류하고 여야 합의 과정을 지켜보고 처리하겠다고 했는데, 역시 한국어는 어려운(?) 언어인가 봅니다. 공무원의 해석은 시민들과 다르네요.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버스승강장, 각종 안내판, 가로등 등) 사업비를 들여야 하는 외부 시설물에 대한 CI 적용을 보류하겠다는 것’으로 내부적인 것까지 시행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번 CI 논란에는 시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공무원과 디자인회사가 뚝딱 만든 밀실행정과 의회민주주의를 무시한 것 등등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적 절차 무시에 대한 비판은 그것대로 하더라도, 좀 더 근본적인 의문이 생깁니다.
“과연 무엇이 청주의 상징물로 적합한가?”
설령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새 CI의 모태가 된 소로리 볍씨를 청주의 상징물로 생각하는 시민이 몇이나 될까에 대해선 의문입니다. 더 나아가 그동안 청주의 상징물로 팍팍 밀었던 직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많은 시민들은 ‘청주 = 직지’란 생각이 희박해 보입니다. 1999년부터 공예비엔날레를 하고 있지만, 도대체 청주와 공예가 무슨 연관이 있느냐는 불만도 여전하구요.
언뜻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공예와 볍씨는 이렇게 연관이 됩니다.
(세계 最古의) 소로리 볍씨 -> (우수한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우수한 인쇄기술이 탄생) -> 직지 -> (우수한 인쇄기술을 바탕으로 우수한 공예문화 발달) -> 공예비엔날레 -> (그래서 청주는 문화·예술·산업이 골고루 발달한 도시다 ~.~)
이런 역사적 연관성은 전혀 엉뚱한 것은 아니고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스토리 마케팅]이 중요한 요즘 시대에, 어떤 곳은 없는 스토리도 만들어내는 판에(함평 나비축제 같은 것), 「소로리 볍씨 - 직지 - 공예」를 연관시키려는 시도는 좋았다고 봅니다.
문제는 「소로리 볍씨 - 직지 - 공예」가 생각했던 것만큼 시민들 마음속으로 파고들지 못했다는 점이죠.
여러분은 청주 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직지? 공예? 아니면 소로리 볍씨?
그것도 아니면 가로수길? 상당산성? 철당간?
외지 사람들한테 ‘청주는 뭐가 유명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혹스러웠던 경험이 있었을 겁니다. 분명 뭔가 있기는 많이 있는데, 이거다 하고 내세울 건 없는 이 기막힌 상황...
CI야 어차피 디자인 잘 하는 회사에서 만들면 되지만, 그 이전에 무엇이 청주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냐에 대해선 합의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