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저가 와인
외국에서 볼 때 일본은 맥주로 유명하긴 해도, 와인으로 유명하진 않다. 일본 맥주하면 우선 떠오르는 회사와 브랜드가 많다.
부동의 1위... 아사히맥주의 <슈퍼 드라이(スーパードライ)>, 제3맥주 분야의 선두 주자인 기린(Kirin)의 노도고시(のどごし). 비록 1등 제품은 아사히에 빼앗겼지만, 기린은 상위권에 많은 제품을 올려놓고 있다.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鈴木一朗)가 광고에 출연해서 열심히 팔고 있는 이치방 시보리(一番搾り)부터, 탄레이(淡麗), 라거(Lager) 등등. 탄레이 시리즈 중 ‘그린 하트’는 아라시(嵐) 멤버 3명이 광고를 하고 있다.
아사히맥주의 슈퍼 드라이(スーパードライ)
한 회사에서 만들어 내는 맥주 종류가, 우리나라 전체 맥주 종류와 맞먹기 때문에(어쩌면 더 많을 지도), 일일이 열거할 순 없지만, 삿포로(Sapporo)의 흑 라벨(黒 Label), 아사히의 클리어 아사히(Clear Asahi), 산토리(Suntory)의 킨무기(金麦)와 더 프리미엄 몰츠(The Premium Malts)도 유명하다. 기업별 순위는 가끔씩 바뀌긴 하지만, 아사히맥주와 기린맥주가 각각 35%가 넘는 시장 점유율로 1위를 다투고 있고, 그 뒤를 산토리와 삿포로가 10% 조금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3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엄밀히 말해서 일본 맥주에는(더 엄밀히 말하면 캔맥주에는) 3종류가 있다. 맥주, 발포주(発泡酒), 제3맥주. 발포주와 제3맥주는 맥주의 제조 과정에서 무언가를 생략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대신 ‘제대로 만든’ 맥주에 비해 맛은 떨어진다~~고 한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일본 맥주는 종종 사서 마셔봤지만, 다른 술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특히 와인 코너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었다. 우선 내 캐릭터(!)가 와인과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와인은 비싸다’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와인이 다른 술과 다른 점 중 하나는, 가격 차이가 무척 크다는 점이다. 맥주를 비롯하여 다른 술은 저가품과 고급제품의 가격 차이가 그렇게 크진 않다. 하지만 와인은 비싼 건 한없이 비싸고, 싼 건 한없이 싸다. 그런 사실을 지금까지 내가 간과했었다. ‘신의 물방울(神の雫)’ 같은 만화 때문에 내가 와인에 대해서 터무니없는 오해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일반인들이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 와인을 평소에 자주 마실 리 없다.
우연히 슈퍼마켓의 와인 코너에 가봤는데, 720ml 한 병에 500엔 ~ 1000엔 대의 와인이 대부분이었다. 2000엔이 넘는 와인은 거의 없었으며, 심지어 200엔 대의 와인도 있었다. 이 쯤 되면 ‘와인 = 고급’이란 이미지는 성립하기 어려울 것 같다. 가격만 놓고 보면, 공사판 일꾼들은 캔맥주가 아니라 와인을 마셔야 어울릴 상황이다.
500엔 이하의 초저가 와인은 수입 포도 과즙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1000엔 대 와인은 일본 국산 포도의 점유율이 높다. 일본이 지금까지 와인으로 유명하지 않았던 것은, 어디까지나 ‘생산지’로서 유명하지 않았을 뿐, ‘소비지’로서는 옛날부터 유명했다.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생산과 소비 모두 와인 강국이 될 것 같다.
슬슬 일본 맥주 시음회(?)가 지겨워져서 300, 400엔 대 와인 두 병을 사서 마시고 있는 중이다. 일본 맥주를 처음 마셨을 때처럼 맛의 차이를 잘 모르겠지만, 계속(...??) 마시다 보면 와인 맛을 깨달을 날이 오겠거니 기대하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와인 2병을 한 달 째 마시고 있는 중이라, 알코올 중독이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거 다 마시면 1000엔 대 와인으로...
스즈키 이치로(鈴木一朗)가 열심히 팔고 있는 기린맥주의 이치방 시보리(一番搾り)
아라시(嵐) 멤버 3명이 광고하고 있는 기린맥주의 탄레이(淡麗) -그린 하트-
왼쪽부터 각각 400엔 대, 300엔 대의 초저가 와인...
우선 500엔 이하 초저가 와인부터 시작...
이거 다 마시면 1,000엔 대 와인에 도전할 생각이다.
500엔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6~7천원 정도 되는데, 왜 그런지 500원이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