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 일본 방영을 앞두고…
총제작비 15억엔
한국에서 순간 최고 시청률 52%
이병헌 주연
스파이 액션 超대작
『아이리스』
4월 21일(수) TBS 계열에서
밤 9시 방송 시작(첫회 2시간 스페셜)
『드라마가 영화를 초월했다!!』
3월 28일(일)의 아사히신문에 실린 [아이리스]의 광고 카피 문구이다. 신문 가운데 2개 면을 통째로 드라마 광고에 할애했다. 지금도 한국 드라마는 일본 TV에서 방영되고 있고, 개중에는 꽤 인기 있는 작품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어디까지나, 시청률이 높지 않은 시간대에 ‘외화’로서 방영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수요일 밤 9시에 방영한다는 것은, 기존의 일본 드라마랑 맞짱 떠 보겠다는 얘기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수목드라마를 방영할, 황금 시청률 시간대에 외국의 드라마를 끌어다 쓰는 것과 같다. 여기에는 아이리스란 드라마의 작품성보단 제2의 ‘욘사마’를 노리는 ‘이병헌’의 인지도가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된다.
한국의 드라마가 이렇게 일본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정식으로 일본 드라마와 경쟁을 하게 된 점은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리스]란 드라마 자체에 대해선 아무리 좋게 생각을 하려고 해도 욕밖에 안 나온다. 이런 드라마가 작년에 한국을 대표하는 드라마가 되었고, 그 여세를 몰아 올해 일본에서 방영된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비극으로 생각한다.
첩보/액션의 탈을 쓴 뻔하디 뻔한 멜로
독창성도 논리적 개연성도 없는 스토리
긴박감과는 거리가 먼 액션과 허술한 연기
군더더기 장면으로 시간을 때우기 위한 처절한 노력
[뮤직 비디오]스러운 화면의 남발 ← 역시 시간 때우기용
지적을 하려면 끝이 없지만, 이런 드라마에 대해서 불평을 해 봐야 나만 구차해질 뿐...
하지만 ‘아이리스’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일본에서 어느 정도 시청률을 확보해서 성공할 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요즘 일본 드라마 꼴도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명 ‘졸작들의 승부’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내가 실력이 뛰어나서 승리하는 게 아니라 남이 못해서 이기는 모양새이다. 김연아, 아사다 마오 빠진 피겨 경기에서 금메달 따는 꼴이다. 비록 이긴다 한들, 이런 경기가 얼마나 재미 없겠는가?
어쩌면 ‘일본판 아이리스’는 원본보다 꽤 나아질 가능성도 있다. 왜냐하면 일본 드라마는 중간 광고가 들어가서, 방영 시간이 한국보다 매회 15분 정도는 짧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히(또는 어쩔 수 없이) 원본을 상당 부분 잘라내야 한다. 그렇다면 군더더기 장면이 상당 부분 제거되어, 콤팩트 하고 스피드감 있는 드라마로 재탄생할 지도 모르겠다.
과연 일본어 더빙판이 한국어 원본을 능가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 밥에 그 나물이 될는지, 지켜 볼 일이다.